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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스며든 GE 미니멀리즘 경영

'GE DNA' 전수받은 현대카드·삼성카드 등

단순화 전략으로 기업문화·상품 혁신 이끌어

업계 이어 정부부처서도 "배울점 많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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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직원들과 현대카드 본사에 다녀왔습니다. 혁신기업을 찾아 영감을 받고자 하는 혁신 투어의 일환입니다. 현대카드는 제가 보기에 현대카드라는 브랜드 자체를 상품화하기 위해 관련되는 부분을 통일화·단순화하는 기업 같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에 공감했습니다."

지난 15일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의 페이스북에는 현대카드의 경영 전략, '단순화'가 언급됐다. 이 차관은 "정부부처는 관계부처나 지자체 등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기관들이 많은 만큼 한 가지 정책을 펴더라도 각종 의식적인 보고서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다"며 "현대카드 같은 업무의 간결화는 정부부처 운영에 있어 배울 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카드의 혁신은 글로벌 그룹인 GE로부터 벤치마킹한 것이 많다"며 "단순화 전략에 GE의 경영을 참고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를 중심으로 업계는 물론 정부부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순화'의 바람이 매섭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진앙지는 국내가 아니다. 원조는 바로 현대카드와 캐피탈의 지분을 각각 43%씩 갖고 있는 2대 주주,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캐피털이다.

GE캐피털은 2004년부터 현대캐피탈의 지분 43.3%를 갖고 있으며 2005년에는 현대카드 지분 43%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현대캐피탈에는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 7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현대캐피탈과 카드를 합해 파견된 직원 7명을 둔 엄연한 공동 경영자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필요 없는 보고서와 회의, 결정 과정을 줄이기 위한 간소화(simplific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단순화 전략을 발표하기에 앞서 지난해 초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간소화는 GE의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전사적인 프로젝트이며 기업 문화 혁신활동"이라고 강조했다.



GE는 2008년 핵심사업을 6개에서 4개로 축소하는 한편 2012년부터 간소화를 정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효율성 평가지표에 포함시켰다. 효율성 평가지표를 올리지 못할 경우 성과급에 반영하는 등 오래전부터 단순화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춰 최근 현대카드에는 '첨부 파일'이 자취를 감췄다. 내용이 길든 짧든 보고 양식에 맞춰 각종 인사말까지 얹은 문서를 작성, 첨부해 보내던 것을 반드시 해야 할 말만 메일 창에 그대로 써서 보내기 때문이다. 작성하는 데 수일씩 걸리던 파워포인트(PPT)도 사라졌다. 보여주기 위한 보고서와 발표문이 짧아지고 단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현대카드가 올 초부터 단순화 프로젝트를 위해 받은 직원 의견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총 1,800여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PPT제로화를 포함해 약 800건 정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기업 문화뿐 아니라 상품에도 단순화 전략은 통한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를 넘어서 카드 업계 전반을 주도한 트렌드는 '단순함'이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할인과 포인트 적립으로 이원화한 '챕터2'를, 삼성카드가 숫자카드를 출시한 이래 우리카드의 가나다 카드와 KB국민카드의 훈민정음 카드까지 '단순화' 대열에 합류하는 등 카드사들은 저마다 상품 체계부터 디자인까지 단순화한 카드를 출시했다. 심지어 챕터2와 가나다카드를 놓고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간 표절 시비가 일어날 정도였다.

2011년 삼성카드의 숫자카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 GE 출신인 최치훈 현 삼성물산 사장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최 사장은 1988년 GE에 입사해 2004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GE 본사 사장에 올랐으며 2006년 GE 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을 지내는 등 20년 넘게 'GE맨'으로 살아왔다. 그는 삼성카드 취임 직후 '실용'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효율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복잡한 제휴카드 중심의 카드상품 체계를 숫자를 이용해 단순하게 정비하고 디자인도 흰 바탕 한 구석에 카드 혜택을 명시해 간결하게 꾸몄다.

두꺼운 보고서를 한두 장으로 압축해 받은 것 역시 GE의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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