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에는 '60대40 원칙'이 적용된다. 비과세ㆍ감면(특정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깎아주는 것) 등 추가 세원을 발굴해 40%(연간 10조8,000억원)를 마련하고 예산 집행 구조조정 등 세출을 줄여 나머지 60%(16조2,000억원)를 충당한다는 것이다. 세율 인상을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늘리는 직접 증세는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과연 직접 증세에 나서지 않고 '박근혜식 간접 증세'만으로 연간 27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향후 5년간 국정 운영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장 고민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할 부분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일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과세ㆍ감면액의 3분의2 이상은 중소기업ㆍ서민ㆍ농어민 등 약자층을 겨냥해 만든 것이어서 혜택을 줄일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민생경제를 표방한 박 당선인의 정책 어젠다(의제)와도 맞지 않아 실행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실제 2013년 세법 개정안은 한결같이 고소득층과 부자ㆍ대기업을 겨냥한 부자 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추가 세수 확보가 여의치 않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에 조세개혁특위를 설치하는 등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놓았지만 실현 가능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만큼 박근혜식 복지 재원조달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회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인하(4,000만원→2,000만원)하고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인상(14%→16%)하고 억원대 연봉자에 대해 비과세ㆍ감면 한도를 인하(4,000만원→2,500만원)하기로 했다. 증세보다는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는 박근혜식 간접 증세 방안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 연간 3,000억원,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의 경우 2,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뿐이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간 10조8,000억원의 추가 세입을 거둬들인다는 생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민주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새누리당이 2013년 예산안 결정 과정에서 국채 발행을 적극 검토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회 예결위의 한 관계자는 "비과세ㆍ감면 등을 통해 아무리 세입을 늘리려 해도 10조원 이상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중복예산 구조조정 등 세출의 경우도 박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16조원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가 결국 직접 증세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당선인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증세 문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대타협위 설치 자체가 증세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부 세율을 높일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부가가치세 인상은 저소득층에 부담을 줘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커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소득세ㆍ법인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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