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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벤처] 4. 거품 조장하는 벤처정책

[기로에 선 벤처] 4. 거품 조장하는 벤처정책각부처 지원경쟁이 과열 중복투자 불러 「벤처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업계획 단계에서 부처간 협의를 의무화해 사업간 연계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양적 확대보다 질적 발전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한 정부부처에서 용역 의뢰한 연구보고서 내용이다. 한마디로 벤처정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정책이 그동안 「붐」을 조성해 기술수준과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지원 위주로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업계 일부에서 『거품 거품 하지만 실제로 정책이 이것을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너도나도 벤처지원=벤처지원정책의 난맥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것은 중복지원의 문제다. 동일한 사업을 둘, 심지어는 3개 부처 이상이 달라붙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올해 각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벤처기업 등 주로 우수기술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사업화를 지원하는 산자부의 「신기술 보급사업」과 중기청의 「개발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은 사업목적부터 지원규모·형태까지 똑같다. 「신기술 창업보육」사업과 「중소·벤처기업 창업자금」 역시 창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판에 박은 듯이 동일하다. 「선도기술개발」사업처럼 과기·정통·산자부에서 공통으로 운영하면서 따로 다른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세부사업도 나을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촉진사업의 경우 중기청에서는 「전자상거래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보통신부는 「전자상거래 표준제정 사업」으로 나눠 준비하고 있다. 그 결과 벤처업계에서는 「벤처자금 하나 못따내면 기업도 아니다」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말로는 「시장자율」, 실제론 「시장개입」=중소기업청 등이 내세운 올해 벤처정책의 핵심은 투자 등은 시장자율에 맡기고 기술개발, 기간망 설치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벤처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기업 또는 창투사에 직접 투자형식으로 지출한 금액은 모두 1,18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지원자금의 2.2%였다. 하지만 올해는 투자규모가 3배 가량 늘어난 3,150억원·6.1%로 대폭 확대됐다. 시장자율이라는 원래의 기조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간 것이다. 창투사 등 벤처투자업체들은 이들에 대해 민간투자 위축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고 기획예산처 역시 민간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중기청은 오히려 직접투자를 앞으로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에도 정책과열(?)=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난맥상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정부 한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정통부·문광부·환경부·산자부 등 대부분의 부처들이 벤처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부처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통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첨단게임 컨텐츠 시장활성화 사업과 문화관광부의 게임개발사업, 아케이드게임단지 조성 등이 바로 그 예다. 용역의뢰를 맡겼던 정부 한 관계자는 『벤처에 관한 한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서로 연계없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칫하면 중복투자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 입력시간 2000/07/27 18:5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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