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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1돌/대담] 진념 경제 부총리에 듣는다

"재벌 개념 재정립 규제완화 추진"서울경제신문은 창간 41주년을 맞아 경제팀의 총사령탑인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나 우리 경제의 현안과 그 해결책을 듣는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진 부총리는 대담에서 "재벌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경영투명성은 보다 강화하고 규제는 대폭 푸는 방향으로 기업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세계 경제가 동시 불황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어 국내 경기전망도 대단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제한적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했지만 경제회복을 위한 처방을 놓고 여전히 구조조정 우선론과 경기 부양론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통신(IT) 부문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경제성장률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싱가포르와 타이완 등은 우리보다 더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우리만 유독 경기부양을 부추기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지금은 냉정하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체질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불확실성 제거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외국과 매각 등을 협상 중인 부실기업들에 대해 매듭을 짓는 일입니다. 둘째,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은 본질적인 대책이 아니므로 채권시장을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과제입니다. 셋째, 노사문제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보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것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경기가 침체돼서는 나중에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은 필요합니다. 특히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서로 상충되기 보다는 병행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이미 계획된 예산을 조기 집행하도록 독려하고 매년 8조~10조원에 달하는 불용액을 줄일 것입니다. 또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5조원의 자금 중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지방교부금은 교육부와 행정자치부를 통해 지역경제활성화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연말로 종료되는 데 비해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앞으로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정크본드 시장 활성화 등 여러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장에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국내외에 약속한대로 올해로 종료할 것입니다.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34조원 수준으로 많지만 실제 차환발행에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BBB 이하 채권은 13조원 수준이고 신속인수대상 기업분을 제외하면 8조원에 달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BBB급 회사채까지 자기신용으로 발행이 가능하므로 실질적인 부담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입니다. 또 정부가 프라이머리 CBO, 비과세 고수익채권 펀드(한달 후에 5조8조원 예치 기대)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차환발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시장이 불안해 하는 것은 신속인수제도가 종료되면서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액자체가 30조원 대로 줄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니까 내년에 경기가 더 좋아지면 상시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므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좋게 하고 경기가 좋아지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부총리께서는 최근 제조업도 2~3년 내에 매각하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재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 금융재벌들이 몇 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재벌이라고 볼 수 없지만 프랑스 파리바까지 참여해서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커가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ㆍ주택 합병은행도 제대로 운영되면 그것도 엄청난 하나의 예가 될 것입니다. 은행을 주력기업으로 하고 (은행 외)다른 것을 다 털어버리면 좋고, 과도기적으로 대부분을 금융쪽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기업은 금융산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금융 인력들이 더 이쪽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1, 2차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금융회사들의 하드웨어 개혁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프트웨어 개혁이 미진하고 아울러 증권이나 투신 등은 대형화와 겸업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금융회사의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21세기 핵심 지식기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관행과 의식개선 등 소프트웨어측면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한편 직접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중개가 보다 효율화될 수 있도록 증권사나 투신사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유도하겠습니다. 특히 증권사는 단순 중개업무를 벗어나 자문ㆍ기업 인수합병(M&A)ㆍ부동산 매각 업무 등으로 다각화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국제적 투자은행 수준의 대형 선도증권사의 출연을 유도할 것입니다. 또 금융회사간 합병은 단순히 경비절감과 같은 소극적인 차원에서 탈피해 보다 많은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수익기반 확충이라는 적극적인 차원에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근 부총리께서 재벌에 대해 자주 언급하시는데 새롭게 검토하는 것이 있습니까. ▲'재벌'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얘기하는 재벌은 자산규모ㆍ차입규모ㆍ지배구조ㆍ오너의 부의 세습 등을 그 특성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념이 바꿔져야 할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서 사외이사제ㆍ집단소송제 등을 도입하면서 환경이 변함에 따라 재벌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국경을 경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기본 틀이었지만 이제는 여건이 달라졌으므로 새로 검토해야 합니다. 30대 재벌과 관련된 규제가 공정거래법 외에도 29개 법안에 40개 규제가 맞물려 있습니다. 과거에는 30대 재벌이면 대마불사라고 해서 권리는 누렸는데 이제는 여러 규제로 다 죽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권리는 없어지고 규제만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시장 규율과 관련된 것은 더 강화돼야 합니다. -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금리에 리스크를 반영,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데 제도상으로나 관행적으로 면피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금이 산업계로 흐르지 않으면서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신용이 좋은 기업은 서로 자금을 지원하려 하는데 회색지대의 기업(gray area)과 그 이하의 기업들이 문제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들은 부실기업이므로 '왜 빨리 정리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데 그 기업들에도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은행들이 관리를 해서 마케팅ㆍ파이낸싱 등을 지도해주고 신용등급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1만개 전통 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될 때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으로 관리도 강화해야 합니다. 은행들이 약 30~50개 정도의 거래 기업체에 대해서는 관리자를 두고 기업들이 엉뚱한 짓을 하는지 감시하고 경고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10대 대기업들은 상호지급 보증 등을 통해서 리스크가 전혀 없었지만 이제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동반자적 입장에서 기업을 관리ㆍ자문할 수 있도록 관행이 바꿔져야 합니다. - 최근에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 발표된 소형주택 의무비율 등 전ㆍ월세 대책은 규제완화 등 큰 흐름에서 거스른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는 중장기적으로 봐서 내수와 수출의존도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내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어느 정도 살아나야 합니다. 건설경기가 그 동안 너무 죽어서 지방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5월에 대책을 마련해서 쓰지 않았습니까. 그 효과로 건설경기가 이제 조금씩 살아나려고 하는데 건설에 모두 돈이 몰린다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입니다. 건설경기가 살려면 어느 정도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정도가 문제가 아닙니까. 다만 일부에서는 추가 건설경기 대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는 현재는 멈추고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주택이나 토지 문제를 무조건 시장에 맡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우리 여건으로 봐서 규제할 것은 규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소득이 낮고 사회적인 혜택의 필요성이 큰 사람에게는 제도개선을 해야 합니다. 주택 공급이 탄력적이면 시장에 맡겨도 되지만 비탄력적이므로 시장경제에만 맡겨서는 안됩니다. 또 규제라고 해서 다 푸는 것이 규제개혁은 아닙니다. 영국은 자기집을 하나 수리하거나 짓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양적인 측면에 치중돼 있어 질적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벤처 육성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그 동안 정부는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업 등 벤처산업의 확대를 위한 인프라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둔 측면이 있지만 국민 경제상 벤처기업의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조기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 벤처기업은 성장단계에서 성숙.구조조정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므로 정부 정책도 이에 부응해 벤처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질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벤처기업간 M&A에 대한 세제지원의 일몰시한을 1년 연장하고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산건전성 기준 제정 등 벤처캐피털 자산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증시가 힘을 잃고 있습니다. 경기부진 등에 따른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자체의 생명력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량에 비해 수요기반이 현저히 약하고 소위 작전세력이 물을 흐려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증시 선진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고차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는 우리 증권시장이 안정되고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 주요 현안 기업처리가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유도하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을 통해 상시적 구조조정을 가속할 것입니다. 또 장기 안정적인 수요를 개발하기 위해 종업원지주신탁(ESOP)제도, 주가지수상장펀드ㆍ연기금 투자펀드 도입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기업연금제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할 것입니다. 아울러 상장기업과 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경영 투명성을 높여나가겠습니다. - 사회 전반적으로 통합이 안되고 대내외적으로 불안 요인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에 가장 불안한 요인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지난 6월 홍콩에서 미디어 대표 등 외국인 투자가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내년에 정치일정이 많은데 과연 한국 정부가 제대로 개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주의입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가장 큰 불확실 요인입니다. 다음으로는 노사 문제입니다. 우리는 일상화되어 있어서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은 파업을 아주 심각하게 여깁니다.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서로 기를 살려주도록 칭찬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모 아니면 도'라는 흑백논리로 살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서로 기를 살려주어야 할 수 있도록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긴장하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입니다. 여야도 무엇보다 경제 민생과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한 두달이라도 합의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번 여ㆍ야ㆍ정 포럼에서 합의한 지역균형발전특별법과 향후 5~10년내 우리국가의 비전 등에 대해서는 같이 마무리 짓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대담 : 김준수 정경부장 사진=신재호기자 박동석기자 전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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