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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야생 호랑이를 찾아
입력2003-08-13 00:00:00
수정
2003.08.13 00:00:00
김희원 기자
“손가락 만한 카메라를 보고 호랑이가 100m 전방에서 직선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부순 녀석은 저희들이 판 땅속 잠복지 지붕 위에서 서성댔습니다. 지붕이 무너지고 호랑이 수염이 제 손가락을 스쳤지만 만물의 일부인 양 미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게 탄로 난다면 앞으론 이런 카메라가 있는 모든 잠복지에서 녀석이 자취를 감출 테니까요.”
2년 여에 걸쳐 제작된 EBS 다큐멘터리 `밀림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EBS는 야생 시베리아 호랑이 가족 3대의 삶과 죽음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밀림이야기`(연출 박수용ㆍ이효종)를 14일과 15일 오후 10시에 방영한다.
박수용ㆍ이효정 PD팀이 호랑이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은 것은 지난 1997년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 이후 두 번째.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매해 석 달 씩 두 번을 시베리아에서 보낸 이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호랑이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도착하자 마자 제작진이 한 일은 호랑이 발자국이나 배설물을 확인, 호랑이가 다니는 100여㎞의 길에 10여 개의 잠복지를 만드는 것. 한 평도 채 안 되는 영하의 땅속 으로 각각 흩어진 이들은 3개월 여 동안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호랑이를 기다렸다. 사람 흔적이 보이면 영리한 호랑이들은 그 모습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프로그램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고가 담뿍 녹아 있었다. 5㎝ 정도 크기의 작은 카메라를 이용한 화면은 야생 호랑이의 발과 머리 등까지 손에 잡힐 양 훑는다.
“2년 간 촬영한 화면은 호랑이 가족 3대에 관한 것입니다. 1대 어미가 낳은 세 마리 중 해안가와 사슴계곡을 영토로 삼은 암컷 두 마리가 장성, 각각 두 마리씩의 새끼를 낳아 키우는 과정이 담겨 있지요.”
현재 세계에 남아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약 150마리 정도. 첫 촬영에 들어간 1997년에는 300마리 정도가 있었지만 6년 새 반으로 줄어들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밀림이 줄어들고 호랑이 가죽을 노리는 밀렵은 더욱 성행하기 때문. 카메라에 잡힌 1대 어미와 2대 수컷 한 마리도 밀렵꾼이 놓은 덫에 희생됐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분포 정점은 근방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입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쌓인 노하우를 더욱 살려 북한지역 백두산 호랑이 등도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반딧불이, 물총새, 파충류, 솔부엉이 등 숱한 생태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며 자연 다큐 전문 PD로 성가를 높인 박수용PD의 다음 바람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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