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통일된 지 15년이 흘렀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동독이 지도에서 사라지면서 독일 민족은 분단의 한을 풀었다. 많은 독일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통일에 만족하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러나 상황은 반전된다. 구동독 지역의 경제를 구서독 만큼 끌어올리기 위해 독일은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약 1조 4,000억유로(2경1,0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했다. 자립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자립경제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을 뿐더러 구동독지역의 경제는 역사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원금에 의존하게 됐다. 책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 자료를 근거로 통일 독일의 불행한 경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통일 후 독일 경제의 실상을 해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적자금의 무책임한 사용. 그는 구동독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ㆍ연구한 결과를 근거로 대동독 지역 기부금이 삭감되기 시작하는 2008년부터 독일의 대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적 통일과정의 역사와 현황 그리고 전망을 담고 있는 책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입에 쓴 보약과 같다. 통일 이후 우리의 모습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독일의 과오에서 배우고 교훈을 얻어 통일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획경제를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독일은 통일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독일 통일의 사례를 참고로 해 통일과정을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바람직하며, 이 책이 한국인의 다양한 사고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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