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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로서의 예술 '책'

'오브제로의 책' 31일까지 환기미술관서

각종 아이디어와 편집을 바탕으로 기존의 책들이 가지지 못한 개성과 표정을 부여한 책들을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살펴본다.

책이 글과 텍스트를 전하는 인쇄본에서 벗어나, 모든 감각을 동원해 관찰하고 감상하는 책의 전시가 한창이다.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Livre Objet(오브제로의 책)’이름으로 전시되는 것이 그것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경험하는 새로운 통로를 제공하는 책의 개념을 오브제로 소개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 북아트는 기존 책의 구조성, 즉 열리고 닫히는 형식안에서 정보전달보다는 이미지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작품 감상에 있어 열고 넘기며 닫는 적극적인 감상의 행위와 시간이 개입될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아트북 전시’로 알고 온 많은 관람객들은 전사기법이나 콜라쥬를 이용한 다양한 기법의 책들이 설치미술이나 회화적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 것을 보면서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미술관측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초청된 해외작가 로빈 에이미 실버버그(미국), 프란시스 반 말러(아일랜드), 다이앤 포그웰(호주)의 작품들은 기존 책의 구조성을 완전히 깨부순다. . ‘브러쉬’라는 이름의 책은 두개의 성냥갑 모양 상자는 가운데 풍금형태로 접힌 부분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다. 가운데 부분의 접힌 주름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심어 일종의 브러쉬처럼 보인다. 상자 안에 있는 두권의 책은 가죽끈과 왁스칠한 마실로 장정되어 있다. 구리선과 머리카락으로 꿰매져 있는 책 안의 글은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풍금 형태 브러쉬가 확장과 압축이 가능한 것처럼 장정된 스타일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다. ‘용기’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은 붉은 색의 오래된 대마 종이를 사용하였고, 수성 마커펜으로 기제된 메시지 카드와 잉크젯으로 출력된 전동기와 초상화 이미지, 3개의 글이 인쇄된 반투명지로 구성됐다. 작품에서 다시 돌아온 고양이는 개인적인 거짓말과 오해의 경험을 은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장갑을 끼고 다양하게 만들어진 국내외 일부 작가들의 작품을 만지고 들춰보면서 고정된 책의 개념이 달라진다. 제한된 책의 구조성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야 하는 북아트의 특성상 그동안 한국에서 발전해온 북아트 작업들은 현란한 장식성과 비주얼에 치중하는 성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전시는 북아트의 재료와 기법, 구조성은 내용과 조화를 이룰 때만이 완성도 높은 조형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특징지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해외작가외에도 지난 3월부터 북아트 워크샵을 진행해온 김나래, 김상구, 곽현정 등 8명의 작가들도 참여했다. 전시는 31일까지. (02)391-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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