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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유럽은행으로부터 외화차입에 나선 국내 은행들이 후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차입 규모 중 유럽계 차입비중이 60%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차입규모도 100억달러에 육박해 동유럽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은행들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화차입뿐 아니라 국내 은행들이 동유럽 금융회사에 대출한 규모도 18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실대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서유럽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한 상태이다. 하지만 동유럽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이 심화될 경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하거나 차환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월 말 기준 1년 미만 단기차입금 중 57%인 3억4,000만달러를 유럽계 은행에서 빌린 상태이며 기업은행도 23일 기준 3억6,000만달러를 유럽계 은행에서 들여왔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동유럽 투자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차입규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금 가운데 50% 이상은 유럽계 은행에서 차입한 것"이라며 "서유럽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동유럽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롤오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서유럽에서 동유럽 대출규모가 큰 금융회사를 살펴보고 있으며 국내 은행 중 이들과 거래가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현황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과 감독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유럽에서 디폴트가 발생해 대외채무가 동결되면 이 지역 대출비중이 높은 서유럽 금융회사들이 다른 지역에서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회수해 국내 은행의 외환사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월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에 상장된 채권 1조598억원 규모를 순매수했지만 유럽계 자금은 6,000억원 이상 회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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