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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e-사람] 야호커뮤니케이션 류근 부사장
입력2003-04-01 00:00:00
수정
2003.04.01 00:00:00
한영일 기자
요즘 국내 극장가에서는 남녀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 `클래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OST에 수록된 가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노래는 영화의 애절함을 더해 준다.
전문 작곡가나 가수가 지었을 법한 이 노래의 작사가는 뜻밖에도 국내 한 벤처기업의 CEO다. 현재 모바일콘텐츠업계에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야호커뮤니케이션의 류근 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류 부사장은 일반 엔지니어 출신이 대부분이 벤처업계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문학을 전공한 경영인이다.
문학과 벤처,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에 대해 류 부사장은 “회사 경영이든 문학이든 모든 게 `사람`이다”며 “시를 쓰면서 훈련된 문학적 `직관`이 콘텐츠업계에서 필요한 아이디어 생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야호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999년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모바일동영상과 캐릭터를 전문으로 하는 모바일콘텐츠 업체. 야호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콘텐츠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68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야호커뮤니케이션의 성장 뒤에는 홍보실 직원, 기자, 무협지 소설가, 고추 농사꾼, 시인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류 부사장의 사업에 대한 직관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한 몫을 했다고 주위에서는 입을 모은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류 부사장은 “대학시절 지었던 노랫말이 요즘 영화를 계기로 다시 들려지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하지만 문학을 하는 친구들에게서는 벤처사업가라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한테는 시인이라고 `따돌림`을 당한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가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하반기. 현재 야호커뮤니케이션의 이기돈사장과 함께 SMS(단문메시지)에 벨소리를 실어 보내 휴대폰 이용자가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곡을 들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콘텐츠 사업에 발을 내딛었다.
류 부사장은 “창업 당시 영업을 한다기 보다는 천편일률적인 벨소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을 위한 일종의 사명감으로 일했다”며 “결국 이 같은 열정이 큰 성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한 야호커뮤니케이션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콘텐츠 수출 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류 부사장은 최근 20여일이 넘는 장기 출장을 직접 다녀왔다. 업체 CEO로서는 드문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시행했고 또 꿈꾸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얼마나 현지화, 중국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내놓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왔습니다”
이번 중국 출장에서 또 하나의 사업아이템을 구상해왔다는 그는 “벨소리와 관련된 휴대폰 악세서리 유통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최근 몇 년새 급속도로 부상해 600여개의 사업체가 생겨나면서 하나의 `산업군`을 만들어낸 콘텐츠사업에 대해 류 부사장은 “업체간의 출혈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통사와 CP(콘텐츠제공업체)의 분리, 그리고 CP들사이에서도 기술과 콘텐츠로 나뉘어 좀더 전문화된 고급의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는 시장 질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 부사장의 집무실 문에는 `소답재(笑答齋)`라는 문패가 붙어있다. 당나라때 시선(詩仙) 이백이 지은 `소이부답(笑以不答)`이라는 시구에서 류 부사장이 따왔다고 했다. 그 뜻을 묻자 류 부사장은 그저 미소로서 화답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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