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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 맥못추는 세계증시

17일 알-카에다 조직원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e메일 하나로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가 380엔(3.7%) 폭락, 1만 포인트가 붕괴되고 그 여파로 한국, 홍콩을 거쳐 유럽,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이름없는 아랍계 언론이 “일본이 이라크에 파병하면 도쿄 심장부를 겨냥할 것”이라고 인용, 보도한 후 전세계 금융시장이 주저 앉은 것은 9ㆍ11 참사 이후 테러가 국제 금융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글로벌 단일 경제와 테러의 국제화는 동서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동시에 태어난 쌍생아적 관계에 있다. 90년대 초 구(舊)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권이 무너진 후 서방진영에 한정된 자본의 국제이동이 장벽을 허물고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었다. 아울러 개인 또는 사조직이 대량살상무기 제조 능력을 갖게 되면서 국가와 국가 또는 블록과 블록의 대결을 대체하게 됐다. 그것이 국제 테러조직이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9ㆍ11 참사는 역사적 분수령을 만들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9ㆍ11 테러 이전에 쓴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과거에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경쟁을 했다면 지금은 개인도 핵무기를 제조해 거대한 미국에 대립할 수 있게 됐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글로벌 자본과 국제 테러는 국가가 아닌 개인, 조직이 국제정치 및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98년 가을 미 동부 커네티컷주의 한 헤지펀드(LTCM)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국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마침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개입해야만 했다. 또한 지난해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의 말 한마디로 브라질 주가가 폭락했다. 유력 투자가(또는 기관)가 앞장서서 시장을 흔들면 다른 투자자도 따라가는 이른바 `밴드웨건(band wag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테러도 마찬가지다. 사담 후세인 정부는 붕괴됐지만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메시지에 의해 전세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따라가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궁지에 몰려 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9ㆍ11 테러 이후 `지정학 분석가(geopolitical analyst)`라는 신종 전문직종이 생겨났고, 이들의 분석이 시장에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 국제자본과 테러가 동시에 국제화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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