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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석학 특별인터뷰] 데이비드전 트라이스타펀드 사장

한국은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대비와 분석을 철저히 하고 경제 운용계획을 짜야 합니다. 과거 태국의 위기를 과소평가했던 잘못을 재연해선 안됩니다. 정부가 시장 가격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금융시스템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이며, 수익이 나는 곳에 돈이 돌도록 금융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뉴욕 굴지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 전무로 일하다가, 최근 트라이스타 펀드를 차려 독립한 데이비드 전 사장은 한국이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지금 두번째로 국제경제의 흐름을 잘못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남미통… IMF때 한국정부 자문도 그는 4년전 IMF 위기때 한국 시중은행 2개를 외국에 매각할 것을 제의하는등 당시로선 깜짝 놀랄 제안을 정부 요로에 하는등 민족적 애정으로 한국 경제를 관심있게 보아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국이 성장 둔화에 빠지면서 한국의 수출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 미국 경제를 전망해볼 때 자동차ㆍ철강ㆍ전자등 한국의 주종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정부와 기업이 정책과 경영을 계획해야 합니다. IMF 때를 예를 들어보면, 태국에서 통화위기가 터졌을 때 한국에 전염될 것에 대비했으면, 그런 위기를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까 지금 이시점에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이 올 것인가에 대한 분석과 대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상 경제를 조정할 능력을 잃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강해서 그것을 한국의 힘으로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99년엔 한국 경제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때 한국의 분위기는 우리가 일을 많이 했기 대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만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위기를 겪었던 여러나라 중에서 경제 구조조정을 잘 했기 때문에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것으로 자만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뒤돌아보면 한국이 잘한 것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세계경제가 잘 풀렸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가 좋지 않았더라면 99년과 같은 한국 경제의 붐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경제를 통제할수 있는 능력이 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국제유가가 올라가고, 국제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외국에서 철강ㆍ전자에 대한수요가 점점 줄어들면 한국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 주식이 80달러에서 20 달러로 떨어졌고, 휴대폰 판매가 분기가 지날때마다 수억 달러씩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 전자업체가 아무리 휴대폰을 잘 만들어도 수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 수요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리를 내리는 것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금리를 내려 자동적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일본의 경우, 현재의 금리 하에서 10%의 성장을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투자해도 돌아오는 효과가 뚜렷하지 못하면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돈은 돌지 않게 됩니다. - 한국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한국 금융시스템은 자금이 수익이 나는 쪽으로 돌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이 잡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수익이 없는 쪽으로 돈이 흘러들어가게 되면 그 돈은 승수(Multiplier)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침체의 원인이 됩니다. 한국은 금리가 내려가니까,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갑니다. 부동산은 수익이 없지요. 미국을 보면 정부나 금융당국이 돈을 어디에 풀어라 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돈이 시장 기능에 의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인지하게 되면, 통화정책이 저절로 잡혀가게 되는 것입니다. 시장에 의한 금융상품의 가격이 안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대우 채권 가격이 떨어져, 아주 헐값이 되면 매입자가 나타나고, 돈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려고 하면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팔사람은 줄서있는데, 살 사람이 안나타나는 것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자원 배분의 문제입니다. 한국에선 대기업의 직장인은 그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고, 그 회사의 금고에 저축을 합니다. 그러다가 회사가 잘못되면 함께 망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은 자국 주식을 사고, 자국 은행에 저축을 하는데, 글로벌 사회에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투자 기회가 한국에만 있으란 법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나온 돈이 다른 나라에서 잘 되는 부문에 투자되고, 다른 나라의 돈이 한국에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 국제 반도체 경기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 반도체 경기가 최악인 것은 비즈니스 사이클과 산업 사이클의 하강곡선이 동시에 겹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반도체 수요는 2~3년간 올라가고 하락하는데, 그 사이클과 미국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사이클이 동시에 내려가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사이클을 보면 3년 주기로 완만하게 성장했지만, 99~2000년에 급상승한후 급락하는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반도체 전망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 미국 경기 얘기를 해보지요.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도 미국 경기 예측에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문제는 미국 경제가 지난 5~6년 동안 과거의 30년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가 된 것이지요. 정보가 너무 빨리 도니까, 모든 것이 빨리 해석되고, 그런데서 오는 영향이 경제 순환에 많은 영향이 미치고 있습니다. 경제 전망을 하는데는 모델을 가지고 하는데, 전문가들도 과거 30년전에 만들어진 모델로 전망을 하다보니 신경제 예측이 틀려지는 것입니다. 지난 99년에 했던 예측이 모두 틀렸고, 올초의 전망도 지금 틀리지 않습니까. 미국 경제의 구조가 틀려졌는데, 과거의 모델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미국 경제는 소비가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데요. 미국인들의 소비를 전망해주시지요. ▲ 지금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위기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행동을 바꿀 경우입니다. 미국의 소비는 세계 전체 소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회복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일본 경제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모멘텀이 나올 가능성이 없고, 유럽에서도 그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세계 경제의 회복을 기대할 곳은 미국의 소비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소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태롭습니다. 소비의 기준은 고용상태와 임금입니다. 임금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데, 고용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 우려가 높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소비는 소비 신용 때문에 강하게 유지했는데, 소비자 신용도 최근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분간 미국의 소비가 증가하기 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증거로 아시아 국가의 수출 둔화를 들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에 수출이 16%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98년 아시아가 통화위기를 겪을 때보다 심각한 것입니다. 아시아 위기 때는 세계 경제의 한 파트가 터진 것이지만, 지금은 미국과 일본, 유럽 경제가 동시에 침체하고 있으니까, 아시아 국가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입니다. 한국의 수출 전망을 어렵게 하는 부분입니다. - 남미 문제에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위기부터 말씀해주시지요. ▲ 아르헨티나의 첫번째 문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돼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모든 사회적 비용을 다 지불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이런 문제점들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국가 부채가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 아르헨티나의 통화정책은 현지 페소화를 달러에 등가에 교환시키고 있습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아르헨티나의 수출 경쟁력은 잃게 됩니다. 셋째로, 이런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브라질등 주변 국가에서 조금만 나쁜 징조가 나타나면 아르헨티나 경제도 나빠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리스크를 부담하려 하지 않는 것도 위기의 원인입니다. 아르헨티나에도 경제 개혁을 위한 절호의 찬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지난번 대통령인 메넴이 정권을 장악했을때였다. 90년대초 인플레이션이 극심하게 뛰고, 구조조정을 하기 좋은 기회였는데, 메넴은 쉬운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안정됐지만,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를 이끌어갈 정치능력, 기득권자들의 헌신등 조건들이 필요한데, 지금 이 세가지가 전혀 부족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르헨티나는 더 좋아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터지지도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는게 정확한 시각일 것입니다. - 아르헨티나 사태가 한국에는 영향이 없을까요. ▲ 한국 영향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월가에서도 아르헨티나의 문제에 국한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머징 마켓에 돈이 다 빠져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95년 멕시코 위기, 98년 아시아 위기, 99년 러시아 위기로 이머징 마켓에 들어갔던 돈이 거의 빠져 나왔고, 그후에 더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머징 마켓으로 인한 위기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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