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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밀듯이 밀려왔던 차이나머니의 한국 투자가 돌연 중단됐다. 지난해 10월까지 많게는 한 달에 5,000억원 이상 원화채권에 순투자해온 차이나머니가 11월부터 눈에 띄게 줄더니 올 1월에는 50억원 아래로 급감했다. 이 정도면 신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해도 무방하며 시장에서는 우리 채권시장의 큰손이었던 중국자금이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감까지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ㆍ금융계 등에 따르면 원화채권의 큰손이었던 중국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순투자액을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중국은 매달 3,500억원가량 원화채권을 순투자(순매수-만기상환)했다. 하지만 11월에는 순투자 규모가 1,221억원으로 급감하더니 12월에는 그 규모가 34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축소 움직임은 올 들어 더욱 빨라져 지난 26일 현재 중국의 원화채권 순투자액은 400만달러 안팎, 50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단기간에 원화채권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이 너무 빠른 속도로 투자규모를 줄여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 중국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할 경우 채권은 물론 외환시장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머니는 2008년 말 전체 보유 원화채권 규모가 796억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 1조9,000억원으로 껑충 뛰더니 2010년 6조6,000억원, 2011년 1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원화채권 보유국 3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외환당국도 최근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일단 중국의 투자축소가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적인 투자수요 조절이라는 얘기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중일 3국이 자금 유출입 등과 관련해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우려대로 급격한 유출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중국이 전체적으로 해외채권 투자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으며 원화채권 투자만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중국이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이지만 핫머니 등의 유출에 대비해 달러수요 등 전반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ㆍ외환당국은 다만 중국이 원화채권시장의 큰손인 만큼 글로벌 위기가 다시 악화하는 상황과 맞물릴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자금 변동상황을 정밀 점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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