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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대책’ 적극실천 나서야
입력2004-03-21 00:00:00
수정
2004.03.21 00:00:00
지난 2월 영국 구얼디안(Guardian)지의 자매지 오브서버(The Observer)가 보도한 펜타곤(Pentagon)의 `기후변화 특별보고서` 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20년 내에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적인 재난의 발생이 예측되며 이는 세계의 안보를 테러보다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지구적인 재난은 식량ㆍ물ㆍ에너지 등 세가지이다.
가까운 미래에 폭풍 등의 영향으로 헤이그 같은 도시가 사라지고 유럽 지역의 연평균기온이 화씨6도까지 떨어지며 영국이 시베리아와 같은 기후패턴의 춥고 건조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전쟁과 기근으로 인해 해마다 수백만명이 사망해 급기야 세계인구는 지구촌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까지 줄어들 것이다. 물 때문에 나일강ㆍ다뉴브강ㆍ아마존강 등은 고도의 전쟁 위험지역이 되고 세계의 주요 곡창지대에는 대규모 가뭄이 일어나며 오염과 해수면 상승으로 방글라데시 등의 지역은 거의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로 인한 재난이다. `루사`나 `매미`의 악몽을 굳이 다시 떠올리지 않더라도 물이 지구적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펜타곤의 분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또한 보고서가 주로 `물 부족`으로 인한 지구적 재난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이상기후나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집중호우ㆍ홍수ㆍ가뭄 등의 재난들이 우리에게는 더 피부에 와닿는다.
기상청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03년 여름철(6~8월) 전국평균 강수량은 약 1,000㎜에 달했는데 이는 예년의 약 700㎜보다 40% 이상이나 많이 내린 것이라고 한다. 2001년 봄에 겪었던 가뭄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백년 만의 왕 가뭄”이라는 소리를 남길 정도로 온 나라의 숱한 사람들을 목마르고 애타게 했다. 마치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처럼 `때로는 넘쳐서, 때로는 모자라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미 적지않은 `수재대책` 또한 수립·추진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필자만의 짧은 생각일까.
`물로 인한 재난을 항구적으로 방지하고자 마련된 정부의 여러 대책`이 부실하다거나 믿을 수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사실 오늘의 우리들이 소위 `생존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좋건 싫건 과학의 지식과 방법론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터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대책이 마련됐을 것은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련된 대책(정책이 되었건, 계획이 되었건)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다. 중소규모 댐건설 및 기존 댐의 재개발 등을 통한 치수능력 증대대책만 해도 그러하다. 대책발표 이후 전국 어디에서도 계획대로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저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랄까. 물론 댐만이 능사가 아님을 애써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가 있었고 자연환경의 보전과 사회적 갈등의 슬기로운 조정이 더욱 중요해진 것도 분명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책의 실질적 추진을 좌우하는 어떠한 `결정`이다.
국가정책의 추진이 “갈래, 말래” 묻고 “가겠다, 안 가겠다”고 답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은 분명하다. 참여와 조정이라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보다 중시돼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꼭 해야 한다`는 측과 `절대 못한다`는 측이 언제까지나 영원한 평행선을 달리도록 방치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옳은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이 최선이고 틀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비록 좋지는 않더라도 최악은 아니다. 가장 나쁜 경우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는 일이다`는 말이 있다. 이해 당사자간의 대화와 토론만으로 갈등이 조정되지 않을 때는 중재자가 필요한 법이다. 때로는 조정을 강제할 어떠한 결정이 필요한 법이다.
자연환경과 인위적인 개발과의 조화 문제라거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의 일은 비록 생각처럼 쉽지 않을지는 몰라도 머리를 맞대면 반드시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질적인 추진이나 정책을 백지화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검토에 바탕을 둔 힘 있는 결정을 필요로 한다. 오는 22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열두번째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물과 재해(Water and Disasters)`로 세계기상기구(WMO)와 UN재해예방기구(UN/ISDR)가 행사를 주관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급증함에 따라 `물과 관련한 재해`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사전예고 및 대비를 위한 초기 경보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UN이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 관련 재해의 영향 최소화, 위험의 경감, 개선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21세기 인류의 중심 과제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이러한 일은 꼭 필요하다. 열두번째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물로 인한 재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이때 `집중호우의 계절이 생각보다 멀지않았다`는 기우를 곁들여 효율적인 정책추진을 위한 고차원적인 어떠한 `결정`을 기대해본다.
<김우구(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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