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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에 대기업과 손잡고 함께 진출한 중소기업이 ‘나 홀로’ 기업보다 더 효율적ㆍ성공적으로 현지시장에 안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기업과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BRICs’국가에서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경남 김해의 고무부품 생산업체 동아화성(대표 임경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동차 및 가전용 고무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현대자동차와 인도시장을 동반 진출한 데 이어 2003년 LG전자 및 현대자동차와 중국시장 협공, 2005년 LG전자와 러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대기업과의 ‘한솥밥 경영’을 앞서 실천하고 있다. ◇체력을 먼저 키워라=지난 74년 설립된 동아화성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으로 인식돼 온 고무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고부가가치 고무부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웨더 스트립(Weather Strip), 엔진용 도어 개스킷(Door Gasket) 등 자동차용 부품과 드럼세탁기용 도어 개스킷(Door Gasket)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샤프, 도시바, 중국의 하이얼 등에 납품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기초체력 위에 국내 유일의 고무전문연구소를 통한 기술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아 ‘BRICs 풍토병’에 대한 강한 면역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라=지난 2002년 해외 진출의 첫 삽을 뜬 동아화성은 인도법인 진출시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동반 진출했지만, 자사만의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하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도지역을 담당할 직원을 미리 뽑아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 검토했으며 파견될 직원에게는 생산, 품질, 설비보전, 일반관리 등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해 ‘멀티플레이어’로 변신시켰다. 법인 설립 직전인 2002년 5월부터는 파견 예정 직원을 인도로 보내 현지 적응 능력을 쌓게 했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로 동아화성은 진출 4개월 만인 2003년 10월 시제품을 생산해 11월부터 현대자동차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인도 법인은 크게 향상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2003년보다 2배 정도 증가한 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현대자동차 등 고객사 물량이 증가해 70억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성패는 생존의 문제다. 동아화성은 인도시장 진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2002년 12월부터 사전 작업을 진행해 이듬해 3월 1차 자본 투입, 7월 시제품 생산, 8월 납품 등의 순서를 밟아 나갔다. 신규 개척보다는 이미 진출한 국내 거래처 확보에 주력,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후 일본 거래업체인 미토요(MITOYO)사와 중국 법인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중국진출 일본 자동차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돌파구까지 마련했다. 드럼세탁기용 고무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중국법인은 국내 및 외국 거래처의 수주물량이 폭주해 설비를 연일 풀가동하고 있으나 생산량이 부족해 중국공장 증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임경식 사장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실패는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다”면서 “이러한 해외진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대기업과의 동반진출은 신규시장에 대한 시장선점의 기회가 보장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에 따른 조기 시장정착 및 물류수송비, 인건비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드럼세탁기용 고무 개스킷 사업호조로 지난해 56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 동아화성은 올해에는 중국과 인도현지법인들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과 신규사업의 매출 가시화로 매출액 694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화성처럼 최근 대ㆍ중소기업 상생 협력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대기업과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확고히 터를 다지거나 새로 개척하는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함으로써 단독 진출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는 것. 대기업 입장에서도 현지 부품 구매에 따른 위험 소지를 덜 수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 모두에게 좋은 윈ㆍ윈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휴대폰용 컬러 BLU(Back Light Unit)를 국내 최초로 개발, 양산한 나모텍도 지난 3월 삼성SDI와 중국 천진에 동반 진출했다. 삼성SDI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에 사용되는 소형 LCD 패널을 생산하고 나모텍은 인근에서 LCD의 보조광원인 BLU를 공급하는 구조다. 임베디드 브라우저 전문기업인 인프라웨어도 최근 LG전자와 손잡고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번 진출은 LG전자가 인프라웨어의 WAP브라우저 ‘임바甄?Embider)’가 탑재된 휴대단말기를 중국의 2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에 공급하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미국과 일본, BRICs 등지에 진출한 대기업의 생산 현장이나 판매 거점을 적극 활용,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98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95%인 378개사가 대기업의 해외 거점을 활용한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 관계자는 “부품이나 소재의 글로벌 소싱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의 불안정성이라는 위험까지 떠 안아야 한다”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기술이나 서비스가 검증된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유리한 윈ㆍ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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