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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난 제습기 시장선 불난다

불황·불쾌지수 높은 날씨에 고효율 여름가전으로 각광<br>에어컨 인기 뛰어넘어

홈플러스 영등포점 가전 코너에서 판촉 모델들이 제습기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여름 제습기 인기가 치솟자 판매 수량을 지난 해보다 20% 이상 늘려 준비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20일 소셜쇼핑업체 티켓몬스터의 스토어. 이날 오후 이곳에서는 제습기 관련 딜이 무려 8개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의 일부 모델들은 이미 매진됐다. 인기 모델의 경우 스토어에 올라오기가 무섭게 다 팔려버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티몬의 김창수 가전디지털팀장은 "요즘은 여름가전 중 부동의 판매 1위였던 에어컨 매출을 제습기가 뛰어넘을 정도"라며 "댓글 등을 통해 완료된 제습기 딜을 다시 진행해달라는 판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롯데홈쇼핑 주문접수 콜센터. TV에서 방송중인 상품을 사려는 고객들의 주문 전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콜센터에 시쳇말로 '불이 났다'. 이날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러브콜을 받은 상품이 바로 제습기. 분당 5,200만원, 시간당 23억원이라는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롯데홈쇼핑 사상 최고 매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송재희 롯데홈쇼핑 식품주방팀장은 "지난 5월 11일 제습기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매회 폭발적인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이제는 물량 확보에 신경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습기 인기가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올들어 제습기 판매량은 백화점부터 대형마트ㆍ홈쇼핑ㆍ오픈마켓ㆍ소셜쇼핑에 이르기까지 온ㆍ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전년 동기 대비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여름철 간판 상품으로 우뚝 섰다. '여름철 대표가전은 에어컨'이라는 여름 마케팅 공식을 제습기로 바꿔써야 할 판이다.

이처럼 제습기가 올 여름 들어 유독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은데 이상기후로 인해 계절적 불쾌지수는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습기의 평균 소비 전력은 220w~350w, 에어컨은 1,100w~2,500w으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제습기의 가격은 20~30만원대가 대부분으로 에어컨의 10% 수준이어서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소력이 높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여름 날씨가 해를 거듭할수록 고온다습하고 장마기간이 긴 아열대성기후로 변해가고 있는 점도 제습기 판매량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제습기가 그동안 그렇게 인기 있는 여름가전은 아니었지만 최근 효율적인 전력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가 커지면서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아쉬운 주머니 사정과 아열대성 기후가 소비자들에게는 여름철 대표적인 불쾌지수 유발 요인이지만 제습기 시장에서는 최고의 판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30~40대 주부들 사이 입소문도 제습기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인터넷 주부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비가 올 때 빨래를 방에 널고 제습기를 돌리면 잘 마른다','열대야에 에어컨 대신 제습기와 선풍기를 켜니 시원했다'등의 구매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면서 아직 제습기를 구비하지 못한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김 팀장은 "특히 아이가 어린 젊은 여성 고객들이 아기를 위한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습기 구매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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