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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평동에서 ‘정말 좋은물’이라는 회사를 튼실히 운영하고 있는 정용섭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창업 당시를 떠올리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건강에 좋은 물을 만들어 팔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 수년간의 연구노력 끝에 알칼리 환원수기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매출은 시원치 않고 고정비 지출은 계속되면서 적자는 쌓여갔다. 제품을 알리자니 홍보비가 없고 그렇다고 전재산을 쏟아부은 사업을 접자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신문 광고를 통해 코딧(신용보증기금)의 ‘창업지원종합시스템’을 알게 됐다. 창업 준비단계부터 사업안정화 단계까지 전문가 한 사람이 전담해 단계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에는 아예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창업스쿨까지 마련돼 창업자의 자세부터 아이템 선정, 사업계획서 작성, 마케팅을 실증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정 사장은 코딧 시스템을 통해 1억원의 신용보증 지원에다 사업실적에 따라 2억원의 추가 지원도 약속받고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정씨와 같은 성공 사례가 시나브로 전해지면서 코딧이 올해 구축한 창업지원종합시스템이 창업 준비 및 초기 창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코딧은 올들어 이 시스템을 통해 1,508건을 상담했고 1,266억원을 신용보증했다. 662명을 배출한 창업스쿨 1기 프로그램이 성공리에 끝나면서 5월28일 시작한 창업스쿨 2기에도 신청자들이 쇄도했다. 코딧은 올해 5,000개 창업기업을 발굴해 1조5,000억원의 창업보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코딧의 이 같은 창업지원시스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고용 없는 성장시대로 가뜩이나 서민 경제가 힘들어지고 있는 터라 자금력이 취약하고 노하우가 부족한 중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사실 몇년 전만 해도 코딧은 창업ㆍ중소기업에 이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못했다. 중기 지원을 확대하고 싶어도 정부 예산이 한정돼 있어 여의치 못했던 것이다. 코딧은 이에 따라 기존의 고액ㆍ장기보증 축소 등을 통한 보증료 감축 등 경영혁신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확대할 수 있는 신생 중기지원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보증 패러다임의 전환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창업지원종합시스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는 중기대출의 단기화를 막음으로써 중기의 안정적 자금운용을 가능하게 한 ‘장기분할해지보증’ 상품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2007년 공공기관 혁신우수사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규복 코딧 이사장은 1일 창립 32주년을 기념한 조촐한 내부 행사에서 “앞으로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수용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코딧은 새로운 맞춤형 상품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중소기업 전문 종합금융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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