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에 해당하는 대기업ㆍ공기업ㆍ금융회사에서 일자리 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은 소득 수준이 낮은 부문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노동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공기업, 금융회사 등의 종업원 수가 지난 97년 157만9,000명에서 2004년 130만5,000명으로 27만4,000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134만명이 증가했는데도 안정적인 고용과 상대적인 고임금, 그리고 경력개발 기회가 보장되는 이들 주요 기업 부문의 ‘괜찮은’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한 것. 이에 따라 이들 주요 기업 부문의 종업원 수가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에서 5.8%로 낮아졌다. 취업자 100명 중 6명 정도가 그룹 계열사ㆍ공기업ㆍ금융회사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들 기업의 종업원 수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99년 134만3,000명으로 급감한 뒤 2000년 132만명, 2001년 126만6,000명, 2002년 124만5,000명 등으로 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감소세는 계속됐다. 이어 2003년 127만1,000명, 2004년 130만5,000명 등으로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그 수준은 미미해 최근 5년 동안 이들 주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로 보면 30대 그룹 소속 종업원 수는 2000년 69만5,000명, 2001년 67만1,000명, 2002년 64만5,000명, 2003년 65만1,000명, 2004년 67만2,000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집단은 경기 양극화 현상 속에서 경영 호조세를 구가했었다. 공기업과 금융업도 마찬가지로 ▦2000년 23만3,000명, 39만2,000명 ▦2001년 21만3,000명, 38만2,000명 ▦2003년 21만7,000명, 40만3,000명 ▦2004년 22만2,000명, 41만1,000명 등으로 고용을 거의 늘리지 못했다. KDI는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주요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이고 공공 부문의 고용비중도 선진국의 3분의1∼4분의1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질의 고용창출은 정체 상태를 지속한 반면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은 낮은 소득을 제공하는 일자리 위주로 이뤄져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미국을 앞질렀다. 중위 임금의 3분의2 이하인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미국은 약 25%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 24.7%에서 2005년 26.8%로 증가했다. KDI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구조개선, 혁신형 중소기업의 육성, 그리고 노동시장 환경개선을 정책과제로 삼고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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