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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외환위기 수준으로
입력2008-10-16 18:08:06
수정
2008.10.16 18:08:06
가계빚 부담·고용불안 겹쳐 국민들 지갑 닫아<br>2분기 민간소비증감률 -0.2%로 감소세 전환
“자산가치가 뚝뚝 떨어지는데 뭘 사고 싶은 생각이 들겠습니까.” (30대 중반의 의사 A씨)
“(다니는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언제 잘릴지 몰라 최대한 아끼고 있습니다.” (40대 후반의 증권사 간부 B씨)
금융위기에 국민들의 지갑도 닫혔다. 구조조정에 떨고 줄어드는 자산명세서에 울면서 소비는 이미 한겨울을 맞고 있다. 민간소비 증감률은 지난 2004년 3ㆍ4분기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가 올 2ㆍ4분기에 -0.2%(전기 대비)를 기록하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던 소비심리는 점차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내수의 양대 축인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는 양상이다.
◇금융위기에 자산 급감, 직장은 불안=미국발 금융위기에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한달 사이 150조원 이상 증발했다. 외국인 투자 보유분 등을 제외하더라도 개인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펀드 포함)의 평가손실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증권선물거래소는 추정하고 있다. 단기간에 엄청난 자산 손실을 목격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손절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며 최대한 허리띠를 조이며 버티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금융위기로 폭락장세가 잇따르면서 투자자의 손실이 크다”며 “주가폭락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 등을 통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의 근간이자 소득의 주원천인 고용마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기로 증권사를 비롯한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건설업체와 중소기업들의 도산도 늘고 있다. 건실한 수출 중소기업들까지 환율급등이 부른 키코(KIKO)의 덫에 걸려 고전하고 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인데 고용불안은 미래소득 불안감을 키우는 가장 큰 요소”라고 말했다. ‘고용불안→미래소득 불안→소비 자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신규 취업자 증가 수도 3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늘어나는 빚…닫히는 지갑=열었던 지갑도 가격표를 보면 닫게 되는 현실이다.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중순에 비해 반토막 났지만 국내 원유도입 단가는 운송기간 등으로 인해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있다. 실질구매력이 크게 위축돼 민간소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KDI는 “지난해 원유도입에 600억달러를 지출한 데 이어 올해는 800억달러가량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상당하는 구매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환율급등으로 수입 원자재 및 수입품 가격이 올라 유가하락 효과도 상쇄하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정부 압박으로 움츠려왔던 일부 기업들이 유가하락을 빌미로 가격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일 급등하면서 가계의 빚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도 소비할 여유를 잃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 들어 가계 부채상환부담이 15조~16조원으로 3년 사이 5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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