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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엎친 물가·환율에 덮친 유가… 자칫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경제 新3高에 또 발목 잡히나]<br>갈곳 잃은 글로벌 큰손 한국채권 매수세 '사자'… 원화 강세 압력 지속<br>고물가 진정기미 없는데 국제유가 더 오르면 물가 앙등 부추겨<br>수출까지 둔화땐 경제 탈출구 못찾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잘 견뎌온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위험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물가ㆍ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지난 1980년대의 이른바 '3고'의 위협이 이번에는 물가ㆍ유가 및 원화 가치 강세로 새롭게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층 높아지고 있는 원화 가치 상승압력은 신3고의 위협을 현실화하는 악재로 꼽힌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갈 곳을 일은 전세계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과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한 우리나라의 국채 등에 대한 매수를 확대하면서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이 감소하는 등 외채구조가 한층 개선되면서 외국인들의 국채 순매입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채권을 7조1,000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지난 1월 현재 총 84조6,000억원(잔액 기준)에 달하는 한국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원ㆍ달러 환율은 23일까지만 해도 그리스의 신용등급 강등과 주요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4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원20전 내린 1.125원80전으로 마감하기는 했다. 앞으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큰손들의 한국 채권 등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화 강세 압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도 이날 '유로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풀기 위해 총 5,620억~6,800억유로로 추정되는 제2차 무제한 장기대출(LTRO)을 실시할 경우 해당 자금을 수혈받은 현지 은행들이 대출 등을 상환하고 남은 여유자금(최대 900억~2,080억유로 추정)을 굴리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가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높은 물가 수준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국내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다소 낮게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물가가 워낙 크게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란 사태가 더욱 악화돼 유가를 한층 자극하면 이는 당장 국내 기름값ㆍ운송료 등을 자극해 물가에 치명타를 날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예상하지 못한 기상이변으로 각종 농작물의 작황이 부진하게 될 경우 지난해와 같은 '식탁물가'의 고공행진이 재발될 수 있다. 국회의원 총선 등의 과정에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제어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물가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자칫 경기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어 선뜻 금리인상 등의 강수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3고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성장둔화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성장 감소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를 외발로 지탱하고 있는 수출의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고 이런 가운데 물가 고공행진까지 나타나면 내수 활성화는 물 건너가게 돼 우리 경제는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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