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는 등 연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노후준비는 연금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의 93%, 개인연금의 90%가량이 금리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금 가입자들 대부분이 금리상품이라는 서식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초저금리 환경에서 연금자산은 금리상품이라는 서식지에서 제대로 생존하기 어렵다. 금리가 4%일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약 18년이 걸리지만 금리가 2%면 약 36년이나 소요되기 때문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수익률을 2%만 더 올릴 수 있는 서식지로 옮긴다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제 연금자산의 서식지도 옮겨야 할 때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디로, 어떻게 옮겨야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금리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옮겨야 한다. 이미 해외의 연금 가입자들도 이 방향으로 서식지를 옮겨왔다. 미국의 개인퇴직계좌(IRA)는 지난 1980년에는 예금 비중이 70%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둘째, 국내 자산에만 머물지 말고 글로벌 투자로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 투자자산의 절반은 해외자산을 가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자본 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과 비슷한 제조업 수출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고령화도 이 두 나라를 뒤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 나라처럼 주가의 장기 횡보 가능성이 있다. 일본 주가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하락했고 대만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로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 금리상품은 단기상품이므로 미래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없다. 장기적으로 운용돼야 하는 연금자산의 특성에는 맞지 않다. 이제는 장기적 성장이 있는 곳에 연금자산을 옮겨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세계 중산층의 급성장과 소비재 주식, 고령화와 헬스케어 주식, 아시아 시장의 성장과 아시아 대표 기업 주식 등이다. 이들은 적어도 30년 이상 지속될 장기 흐름이다.
국민연금은 예금에 투자하지 않고 여러 투자자산에 배분해 운용해왔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1년 동안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연 6.4%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정기예금금리 4.2%보다 연 2.2% 포인트가 더 높다. 해외의 연기금은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연금자산의 서식지를 지금의 '금리상품'에서 '투자자산, 글로벌 자산, 장기적 관점의 자산'으로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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