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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 바람이 분다
입력1998-12-20 00:00:00
수정
1998.12.20 00:00:00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지식경영이 기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우선 지식을 사유화하려는 기업 내부의 폐쇄적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기업내에 「지식창고」(일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지식이라는 경쟁력의 원천을 한 곳에 모아두고, 모든 조직원들이 이 창고에 보관된 지식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공감이 가는 주장이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그러나 아쉬운 점은 지식경영을 얘기하면서 지식 자체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점이다. 물론 지식의 창출, 공유, 보상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얘기함에 있어서 지식의 개발에 대한 용어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식창출에 대한 문제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식의 공유·확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작 중요한 지식 그 자체에는 이에 걸맞는 관심이 집중되질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기 때문에 정보를 주고 받는 데만 관심이 쏠려 있고 정보 그 자체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잊고 있는 분위기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관심의 초점을 다시 맞춰야 할 것이 바로 「지식」그 자체다. 지식창고가 올바른 지식으로 채워져 있어야 그것이 조직 속에서 공유될 때 힘을 발하고 상승효과를 낸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기업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지식창고에 담을 지식을 추구함에 있어 기업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 부문은 소비자의 필요와 정서, 그리고 아픔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생존·발전해야 할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중요한 기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야만 지속적인 기업성장이 가능하다.
소비자의 필요를 잘 파악, 상품화에 성공한 예로 제일제당의「컨디션」과 (주)옥시의 「물먹는 하마」를 들 수 있다. 애주가들의 숙취 해소를 위한 음료나 약품이 거의 없는 형편에서 임시방편은 위장약이나 사우나가 고작이었다. 숙취해소 전문약품이나 음료에 대한 애주가들의 잠재된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서 내놓은 기능성 음료인 「컨디션」은 시장에서 빅히트를 기록했다. 「물먹는 하마」도 그렇다. 연평균 습도가 60%가 넘는 우리나라는 가정이나 공장, 병원 등에서 습기에 의한 피해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주)옥시는 이런 소비자들의 고충을 발견, 우수한 흡수력과 물 처리를 용이하게 해주는 「물먹는 하마」를 출시, 자사의 대표상품으로 자리잡게 했다.
미국의 유명한「켈로그 시리얼」도 당초에는 빵의 소화에 불편을 느끼는 환자들을 위해 건강식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제는 대중화되어 미국인들의 아 침식사로 애용되고 있다. 반면 국내 모제약회사에서 개발한 공기청정용 오존발생장치는 엄청난 개발비를 투입했으나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나 국외를 막론하고 지식을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소비자의 잠재욕구와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알 수있다. 그럼에도 불구, 요즘 각광받고 있는 지식경영분야에는 소비자 욕구에 기반을 둔 지식 본래에 대한 탐구는 없는 실정이다. 보다 기본에 충실한 지식경영을 추구해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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