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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전후임의 관계

최근에 미국 해병대를 소개하는 책을 읽었다. 퇴역한 해병대원이 쓴 책이다.그 가운데 후계자에 관한 대목이 있다. 해병대 사령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훌륭한 후계자를 키워 그에게 사령관 자리를 물려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퇴역한 사령관은 후배 사령관의 리더십에 의해 해병대가 더욱더 튼튼해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하며 반대로 자신의 재임기간중 업적이 찬양되는 것을 몹시 듣기 싫어한다고 한다. 후계자를 칭찬하지 않고 자신의 업적을 칭찬하는 것은 그 후임자가 자신보다 훌륭하지 못하다는 뜻이며 그것은 후계자를 잘못 키웠다는 질책과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소 미화된 점을 할인하여 듣는다 하더라도 이 미 해병대 사령관의 임무관(任務觀)은 아마도 대다수의 우리 지도자에겐 매우 귀가 따가운 소리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임과 후임의 관계는 승계이기보다는 쟁탈의 관계다. 정치판만 그런것이 아니라 기업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조직의 장(長)자리는 물려주는 자리라기보다 힘으로 뺏고 빼앗기는 자리다. 그래서 후계자를 키우는것은 호랑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전임자는 후임자를 헐뜯음으로써 분한 마음을 달래고 또 후임자는 전임자를 발가벗김으로써 정통성을 입증하려 한다. 대청소와 같은 사람의 대대적인 물갈이, 혁명에 가까운 제도개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장(長)이 바뀌면 그 조직은 이미 어제의 조직이 아니게 된다. 선거의 심판을 받아야하는 정치판의 경우 전임과 후임의 관계가 원한의 관계가 되기 쉬운점은 인정한다 치더라도 같은 정당안에서 조차 후계자가 키워지고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배척되고 있으니 딱하다. 전·후임의 관계가 쟁탈의 관계인 이상 그 조직에서는 권위와 리더십이 자라기 어렵다. 결속을 바라기도 어렵고 조직의 정통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 합집산이 되풀이 될 뿐이다. 결속력 혹은 똘똘 뭉치는 힘으로만 친다면 우리 사회에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단결된 조직 또는 단체가 있기는 있다. 그러나 똘똘 뭉쳐 있기는 하나 그런 단체 혹은 조직은 법밖의 임의단체이며 지연이나 학연을 연결고리로 삼고 있다. 친목과 상부상조를 다지자는 것이 본래의 취지다. 그러면서도 간혹 공(公)적인 일에 그런 사(私)적인 단체의 입김이 닿았다는 뒷공론이 돈다. 권위와 리더십의 양성은 이래저래 전도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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