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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의 묘(妙)
입력2003-09-08 00:00:00
수정
2003.09.08 00:00:00
경제이론에 `물 풍선 효과(water ballo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물이 차 있는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물이 이동, 다른 곳이 팽팽해진다는 것.
역대 정부가 시행해온 각종 부동산정책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안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과 처방이 아닌 땜질식 미봉책에 그쳐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땅은 좁은데 인구가 많은 경우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투기 등 가수요에 대한 적절한 통제 부재로 가격 상승폭과 속도가 터무니없을 만큼 크고 빠르다는 것이다. 특히 전임 김대중 정부가 단기 경기부양을 겨냥해 `빚`을 전제로 밀어붙인 내수확대와 저금리정책의 후유증으로 최근 부동산가격은 광풍(狂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급등세를 보였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9ㆍ5 부동산대책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재건축의 6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중소형 평형으로 짓도록 의무화한 것은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집값 앙등을 막고 다양한 사회계층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모든 정책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부채-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경제주체가 과도한 차입을 한 상태에서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자칫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복합불황이 발행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즉 부동산가격 급락→금융회사 담보가치 하락→금융회사 부실 및 신용경색→가계파산ㆍ기업부도ㆍ투자위축→부동산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것. 일본의 10년 장기불황 역시 첫 출발점은 이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였다.
물론 우리의 상황을 일본과 곧바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디플레 조짐이 확연한 우리 경제를 감안하면 부동산시장 연착륙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수요자들도 이제는 냉정한 눈을 가져야 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헤지(위험 안전판)의 한 수단이자 수익성도 뛰어난 부동산이 각광을 받을 수 있지만 디플레 시대에는 오히려 리스크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정부나 부동산 수요자나 이제는 연착륙의 묘(妙)를 생각할 시점이다.
<정구영(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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