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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경제학](2부-9)커지는 온실가스 감축 압력

소비자·투자자도 '탄소배출 감시' 나선다<br>기업들 지구 온난화 방지 노력 점수화 공개<br>투자 지표로 삼거나 상품 구매때 참고 유도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 주부가 건너편 공장 굴뚝의연기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미국의 비영리단체 '기후를생각하는 모임(Climate Counts)' 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소비자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제품을거부하면 결국 기업이 바뀌고 지구온난화도 저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 A씨. 지구온난화 방지에 늘 관심이 많은 그는 쇼핑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조그만 쪽지 같은 포켓브로셔를 하나 꺼낸다. 오늘은 디지털카메라를 사기로 한 날. 가전제품 전문매장인 베스트바이(Best Buy)에 가서 제품들을 둘러봤다. 캐논ㆍ소니ㆍ삼성 등 여러 회사 제품이 눈에 띄었지만 그는 포켓브로셔를 보고 캐논 카메라를 사기로 했다. 브로셔에 캐논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가장 노력을 많이 하는 회사라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가진 포켓브로셔에는 전자ㆍ음식ㆍ미디어 등 분야별로 각 기업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점수로 표시해놓았다. 전자제품의 경우 캐논이 77점으로 가장 높다. 소니는 51점, 삼성은 33점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노키아는 29점으로 삼성보다 낮고 애플은 2점으로 초라하다. 음식 부문에서는 유니레버가 71점으로 가장 높고 코카콜라 57점, 네슬레 42점, 펩시 26점, 켈로그 24점 등이다. 이 같은 운동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는 뉴햄프셔에 있는 ‘기후를 고려하는 모임(Climate Counts)’. 해마다 각 회사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측정해 점수화한다. 회사마다 살펴보는 주요 분야는 첫째 탄소배출량 측정 여부, 둘째 온실가스 감축노력 정도, 셋째 자신들의 지구환경보호 노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지 여부, 넷째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입법활동을 지지하는지 여부 등이다. 이 모임의 게리 히시버그 의장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행위는 곧 그 제품을 만든 회사를 선택하고 투표하는 것과 같다”며 “투표로 정부를 바꿀 수 있듯이 지구온난화를 고려한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이 기업을 바꾸고 결국 지구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를 고려하는 모임이 소비자운동을 통해 기업들을 저탄소 기업으로 바꾸려 한다면 ‘탄소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는 보다 직접적으로 기업들의 탄소감축 노력을 촉구한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 개념은 기업들에 온실가스 저감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의 질문서를 보내고 기업들이 보내온 답변을 기관투자가들과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는 방식. 즉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해 어느 기업이 가장 훌륭하게 대응하고 또 관련된 기회를 누가 제대로 포착하고 있는지를 기업들 스스로 공개하게 만들어 기관투자가 및 일반인들의 투자지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탄소공개 프로젝트는 런던에 있는 비영리기구가 주관하며 메릴린치, 영국 환경청 (DEFRA), 미국 환경국(EPA) 등과 각종 재단이 후원하고 있다. 해마다 한 차례씩 진행되는 질문의 항목은 다양하다. 첫째, 리스크와 기회. 즉 정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리스크, 기후변화와 관련된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 이 같은 리스크를 경제적으로 측정하고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등의 금융 리스크를 물어본다. 또 규제에 따른 기회도 발생하는 만큼 이 같은 기회를 어떻게 포착하고 있는지도 질문 항목에 포함된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 측정 문제. 즉 무엇을 기준으로 배출량을 측정하고 직접적ㆍ간접적 배출량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물어본다. 다음은 이 같은 측정치를 어떻게 검증하고 관리하는지, 이와 관련한 배출권 거래를 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셋째는 성과. 즉 회사 차원에서 배출량 감축목표를 가졌는지와 어떤 수단으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지, 향후 계획 등을 물어본다. 넷째, 조직 문제. 즉 지구온난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이사회에 이와 관련한 경영책임이 명확히 주어져 있는지를 본다. 물론 질의서를 받은 기업들이 응답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응답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에 가입한 전세계 기관투자가 수가 315개나 되고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이 수백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즉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없는 전세계 기관투자가들의 압박 때문에 기업들은 응답하지 않을 수 없다. 전세계 500대 기업(FT 500)을 보면 4개 기업 중 셋은 질의서에 충실히 응답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과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잘 응답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기업들은 답변을 했지만 내용이 부실해 답변서의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 FT 500대 기업에 속한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포스코ㆍ삼성전자ㆍ신한금융그룹ㆍ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충실히 답해 답변서가 승인되고 내용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ㆍ한전ㆍSK텔레콤 등은 답변은 했지만 답변서의 승인이 거절됐다. 국민은행은 무응답으로 나타났다. 탄소공개 프로젝트에서는 현재 협력업체들의 탄소배출권 정보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즉 델과 HPㆍ펩시콜라ㆍ로레알ㆍ네슬레ㆍ유니레버 등 12개 업체는 ‘협력업체 온실가스 정보공개를 위한 제휴’를 맺고 오는 5월 중 자사의 협력업체 온실가스 정보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공개 프로젝트가 본격화하고 있다. CDP 한국위원회(위원장 대행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18일 ‘국내 탄소정보 공개 활성화’ 설명회를 갖고 한국도 CDP 사업에 본격 돌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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