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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그로브 사장「MS」 빌 게이츠 회장
입력1996-10-30 00:00:00
수정
1996.10.30 00:00:00
김인영 기자
◎“우리의 경쟁력은 우정”/IBM 하청사로 시작 18년동안 동반자/19살 나이차·상이한 성장배경 불구/사업정보 수시교환·E메일 대화 나눠【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 인텔사의 「펜티엄 칩」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95」가 세계 컴퓨터 시장을 휩쓸고 있다. 두 회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결합, 세계 컴퓨터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데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끈끈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사장(59)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40)이 그들이다. 19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 두 CEO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 태평양 연안의 실리콘 밸리와 시애틀을 오가며 두 사람은 사업 정보를 교환함과 동시에 우정을 나누고 있다. 만나지 못할때는 E메일을 통해 대화하며 18년간 사귀어왔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78년 여름. 깡마르고 앳된 게이츠가 그로브의 사무실을 찾았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22살의 젊은이는 머리회전이 빨랐고 컴퓨터 세계의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있었다. 그로브는 순간적으로 이 젊은이를 파트너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IBM이었다. IBM은 지난 80년 인텔의 컴퓨터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MS DOS 프로그램을 선택, 경쟁업체인 애플사에 대항했다. MS DOS는 인텔의 컴퓨터 칩에서만 가동됐고 인텔의 칩은 MS DOS를 기준으로 설계된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는 IBM이었다. IBM이 채택한 인텔의 칩과 MS DOS는 다른 PC 메이커에도 적용됐고 두 회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세계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80년대 중반에 IBM은 경영난에 허덕였고 IBM의 하청업체에 불과했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업계의 리더로 부상했다. 90년대 들어 인텔의 386, 486, 펜티엄 시리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3.0」, 「윈도 95」를 내장한 컴퓨터가 전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헝가리 태생인 그로브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소련 스탈린 치하에서 살아 남았다. 지난 57년 서방세계로 도망친 그로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고학으로 공부를 했다. 이에 비해 게이츠는 시애틀의 부유층 자제로 태어나 하버드대 시절 포커로 밤을 지새우는 등 어려움없이 자라났다. 이들 두 경영자는 정신적 교감을 갖는 친구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의 사업세계에서, 컴퓨터의 미래를 보는 안목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요, 동반자로 세계 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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