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개발론' 손들어 준 대법원 천성산 결정

"환경이익 침해 개연성 없다"…법적 분쟁 가능성 여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가 지하수유출, 습지 고갈 등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며 도롱뇽과 사찰, 환경단체가 청구한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올 3월 16일에도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새만금 사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나 중대한사정 변경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환경 파괴 우려로 수년간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됐던 대형 국책사업에서 법원은`개발론' 쪽의 손을 연달아 들어준 셈이다. 2003년 10월 15일 처음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뒤 2년 8개월 가까이 끌어온 천성산 환경파괴 논란은 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신청인측이 본안소송을 제기하거나 다른 형태의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어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 `개연성 없다' 새만금 닮은 꼴 = 대법원은 사단법인 대한지질공학회 등의 자연변화 정밀 조사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의 검토 의견 결과를 바탕으로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내원사, 미타암 등 천성산 사찰은 터널공사 구간의 일부 소유권을 갖고 있어 공사 중지를 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터널 공사로 인해 신청인들의 환경 이익이 침해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만금 판결 때도 대법원은 "사업 경제성 분석이 충분하지 않은 하자가 있긴 하지만 민관공동조사단이 1년 2개월간 회의와 조사를 통해 위원들의 견해차를 반영했으므로 `중대ㆍ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잇따른 기각 결정은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나 현재까지 드러난 환경이익 침해 가능성이 없다면 대규모 국책사업의 특성상 개인의 환경권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국가에 준하는 대규모 국책사업 시행자는 자연환경을 보호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보장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책무가 있다"며 시행자에게 도덕적 의무를 부과했다. 새만금 판결 때도 이규홍 대법관 등 4명의 대법관은 "새만금 사업 추진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예상 못한 자연적ㆍ사회적 여건의 변화나 기술발전이뒤따를 수 있는 만큼 변화하는 여건에 맞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적 정책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환경 보호 방안을 주문했다. 헌법상 환경권을 근거로 개인이 직접 다른 개인에게 공사 중지를 청구할 권리는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면서 `원칙적'인 책무를 강조한 것이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와 환경단체, 지역 주민 등 이해 당사자가 대화로 최선의 해결책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에만 모든 것을 맡기는 `제로섬(zero-sum)' 식 갈등 해결 방식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법적 분쟁 가능성 여전히 남아 = 천성산 터널은 지난해 11월 30일 10개월만에 발파 작업이 재개되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롱뇽'과 시민단체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청률 이동준 변호사는 "터널 공사가환경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것 때문에 기각됐는데 식수와계곡수 고갈이 터널 공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면 공사금지 가처분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이나 생사를 넘나든 100여일의 단식을 하며 터널 공사 중단을 요구했던 지율 스님은 터널 공사가 계속되는 동안 계곡수와 식수가 마르고 있다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천성산 이곳 저곳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일단락된 듯한 법적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사업자측과 환경단체가 공동 조사한 환경영향 평가 결과도 늪에 영향이 없다는주장과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건설과 환경이익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만금 판결 때도 재판부가 `정책적 관점이 아닌 법률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처럼, 법리적 접근만으로 정책의 문제를 당사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게 조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