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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켈 인수/박건배 해태그룹 회장/결단의 순간
입력1996-10-08 00:00:00
수정
1996.10.08 00:00:00
이의춘 기자
◎매각정보 입수 한달만에 전격 인수/종합전자메이커 도약 적기 판단/극비 협상끝 경영권 인수 성사/식품재벌에서 전자경영 “변신” 가능지난 94년 11월초 서울 마포동 다보빌딩 14층 해태그룹회장실.
박건배 회장은 신정철 해태전자 사장의 요청을 받고 단둘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다. 신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인켈 조동식 명예회장이 인켈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켈을 인수하면 해태전자가 종합전자메이커로 도약하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됩니다. 조명예회장과 만나 인켈 인수의사를 적극 타진하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해태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전자사업에 진출, 카오디오와 자판기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력이 취약하고, 유통망도 미약한데다 브랜드 인지도도 낮아 고전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런 가운데 박회장은 냉정하게 전자사업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기술이 있고, 국내외판매망과 브랜드 파워가 있는 중견업체의 매수 및 합병이었다. 따라서 신사장의 제의에 귀가 솔깃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켈이라면 그의 「전자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마땅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박회장은 곧바로 『국내최고의 오디오기술과 브랜드파워를 갖고 있는 인켈을 인수하면 해태전자가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인수협상을 극비리에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신사장은 오너의 결심을 받자마자 당시 조명예회장을 찾아가 인켈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회장도 신사장의 중개로 조 명예회장과 만났다. 그는 『인켈을 해태전자와 합병시켜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멋지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조명예회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수차례 만나면서 서로의 진의를 확인했다.
마침내 조 명예회장은 『박회장의 전자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충분히 알게 됐습니다. 인켈 경영권을 해태에 넘기겠습니다. 다만 내 분신과도 같은 인켈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해주고 임직원들도 그대로 고용해주면 좋겠습니다』며 인수조건을 제시했다.
한달간의 극비인수 작전이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인수에 합의했다. 인수조건은 해태가 조명예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인켈주식 18%(80만주)를 1백60억원에 사들이고 40억원을 프리미엄으로 주는 등 총 2백억원이었다.
94년 12월 9일 상오 박회장과 조명예회장은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경영권인수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조명예회장의 아들인 조석구회장은 이날 아침 중국출장을 가려다가 부친으로부터 경영권 매각사실을 들었을 정도로 인수협상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최석한 당시 사장도 당일 통보받고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고 한다. 해태는 앞선 정보와 신속한 결단으로 국내 최고의 브랜드력을 갖춘 인켈을 인수했다.
신사장이 조명예회장이 인켈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은 집안을 통해서였다. 신사장과 조명예회장 집안은 매우 가까운 사이다. 그의 장인이었던 고 정구영공화당의장은 조명예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자연히 신사장도 조명예회장을 잘 알고 있던 것.
매출액 2천3백억원(93년기준)으로 오디어업계 1위였던 인켈이 5∼6위에 불과한 해태전자(1천3백억원대)에 넘어간 것에 대해 조명예회장은 『박회장의 경영철학이 건실하고, 전자사업에 대한 열정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해태의 인켈인수는 해태그룹의 사업구조 고도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식품재벌에서 전자및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통해 21세기 제2도약을 위한 사업다각화의 중요한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박회장은 인켈에 이어 지난해 9월 무선전화기메이커인 나우정밀도 계열사로 품에 안았다. 해태는 인켈, 나우정밀을 해태전자와 합쳐 2000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 국내 5대 전자메이커로 성장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과감한 인수합병이란 결단을 통해 종합전자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박회장의 21세기 「전자경영」은 이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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