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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전소비 촉진' 선언배경
입력1998-09-18 17:47:48
수정
2002.10.22 07:39:55
09/18(금) 17:47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이 18일 『적절한 소비, 합리적 소비를 해야한다』고 나섰다.
경제부처 수장(首長)이 직접 건전한 소비를 촉구할 정도로 과소(過小)소비가 국민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미 「9월말 1차 구조조정 마무리, 10월부터 경기부양」이란 정책방향을 공식화했다.
특히 李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가장 유효한 경기부양 수단으로 꼽혀온 특별소비세율 인하에 대해 『현재는 얘기하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세율인하는 불가능하다는 그간의 공식입장을 뒤엎고 감세(減稅)정책 시행이 임박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소비위축이 너무 심각한데다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 소비위축은 경제현장 곳곳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점포를 닫는 상인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식사시간대에도 파리를 날리는 식당이 즐비하다. 올들어 도소매 판매는 1·4분기 10.4% 감소에 이어 2·4분기 15.8%, 7월 17.4% 감소했다.
승용차는 2월 마이너스 59.4%이후 5월 72.8%, 6월 71.2% 감소했고 7월엔 64.5% 줄었다. 냉장고도 2월 46.8% 감소이후 7월까지 매월 56.4%, 50.9%, 47.6%, 48.3%, 50.1%씩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는 다른 내구소비재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건설 및 건축경기 침체도 문제다.
기업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생산을 축소하고 있으며 그 여파는 인원감축과 추가실업, 투자축소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면 소비가 살아날 것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달말까지 금융·기업구조조정을 1차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경기활성화에 나선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여파는 앞으로 2∼3년이상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전망이다. 고용조정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게 분명하고 그동안 소득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소비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문건(丁文建)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고 기업투자도 구조조정으로 마냥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의 유효수요 감소는 공황의 초기단계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 정부는 지난 2일 경제대책조정회의를 거쳐 내수진작이 경제정책의 중심임을 확인했다. 지난 17일엔 경제대토론회 형식을 빌어 이같은 정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은 그대로 추진하되 경기진작에도 적극 나서겠다는게 李장관의 설명이지만 무게중심은 경기진작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향전환이 실기(失機)했다는 평가가 적지않은게 사실이다. 내수침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정부가 구조조정에만 몰두하다보니 때를 놓쳤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9개월째 성장잠재력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제와서 「성장잠재력 견지」라는 용어로 방향전환만 선언한채 대책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않았다. 말만 「비상시국」이지 행동은 굼뜨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의 총액대출한도를 2조원 확대하고 대출금리를 2%포인트 낮춘 조치도 실패로 끝나는 모습이다. 정부의 장담과 달리 돈을 아무리 풀어도 은행권에서 맴도는 현상은 그대로다.
그래서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대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 이미 발표한 수요자금융 확대조치는 아직도 검토단계에 머물고 있다. 수요자금융이 결국 빚을 내서 물건을 사라는 정책인만큼 내수 부양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아파트중도금대출도 마찬가지다. 금융부문이든 재정지출부문이든 상당한 강도의 내수부양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李장관이 『특별소비세율 인하는 지금 애기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말해 감세조치를 시행하되 시행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발표, 소비자들의 구매 연기 등 시행전까지의 부작용을 막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달 30일 경제장관 비밀회동에서 감세정책에 합의했음에도 사안의 민감성이나 재경부내 실무부서의 반발에 밀려 언급조차 못했던데서 상당한 변화가 온 것. 특소세뿐 아니라 감세의 효과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부가가치세 세율인하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내수부양책을 권고한다 = 삼성경제연구소 丁상무는 『우선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해소에 재정자금을 빨리 투입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건전재정기조 틀에서 과감히 탈피, 유효수요를 보완하는 재정투자 확대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 홍기석(洪基錫)연구위원은 『지난 7월의 특별소비세율 30%인하조치로는 큰 내수진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좀 더 큰 폭의 세율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시적인 감세조치도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선 영구(永久)감세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 소비위축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진단이 많아질수록 적절한 소비, 현명한 소비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있다.
해외여행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고급음식점이 북적대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재경부 당국자는 『정부건 민간단체건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인다고 소비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능력에 맞는 소비까지 비난하는 현실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화사치생활자들의 소비행태를 문제삼기에 앞서 그들이 정당하게 벌고 제대로 세금을 냈는지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게 먼저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정부의 내수진작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효율적인 대책과 함께 국민들의 소비의식도 적극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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