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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개조 합법화해야
입력2003-07-29 00:00:00
수정
2003.07.29 00:00:00
최근 건설교통부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대한 불법개조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어느 아파트는 베란다 불법개조 때문에 준공검사를 받지 못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건설교통부의 조치로 비단 주택건설업계뿐 아니라 입주민들의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불법개조의 단속대상은 비단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도 포함된다.
건설교통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베란다의 불법개조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고발조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보내면서 모델하우스나 분양광고까지도 단속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분양을 앞둔 업체들은 모델하우스를 재시공하느라 개장일을 늦추는가 하면 문을 연 모델하우스를 임시 휴장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빠듯한 사업일정과 사업비용을 고려해 분양을 준비해온 업체들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서민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의 입장은 더더욱 딱하다. 비좁은 아파트에 많은 식구들이 거주하다보니 거주공간이 너무 좁아 베란다를 넓혀 한명이 생활할 수 있었던 방을 둘이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뿐인데, 정부가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일년에 두 번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큰 벌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단속방안을 보면 신규 입주아파트의 경우 사용승인후 2~5개월간 공무원이 확인점검을 실시하고 주민신고제도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이 단속을 소홀히 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교통부의 단속이 갑작스레 이루어져 업체들과 입주민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란다를 터서 확장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이미 상당수의 기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범법자가 된 셈이다. 만일 건설교통부에서 아파트 베란다 개조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진작에 단속방침을 정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게 옳은 일이다. 그간 숱한 베란다개조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나몰라라` 방관하다시피 하다가 불현듯 단속을 하겠다고 나서니 업체나 입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행정은 국민 생활의 안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예측하도록 여유를 주면서 이뤄져야 한다.
또 정부의 단속이 자칫 법 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소지도 다분하다. 신규 입주아파트야 단속을 하기가 쉽지만, 기존 아파트의 불법개조까지 단속하는데는 행정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입주후 2~5개월의 집중 단속기간이 지난 후에는 이들도 베란다를 확장할 가능성이 많다. 결국 단속의 효과는 의미를 잃고 만다.
건설교통부는 이미 건축기준에 베란다의 건축강도를 대폭 강화한 바 있어 베란다를 개조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베란다까지 포함해 구조계산을 하고 있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 실제로 상당수 가정이 발코니에 무거운 가전제품이나 피아노와 같은 가구류를 놓고 생활하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그만큼의 하중을 고려해 구조물의 강도를 튼튼하게 지어왔다. 물론 지은 지 수십년씩 된 노후아파트라면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같은 경우라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구조를 보강하거나 다시 세우는 대안을 고려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아파트베란다를 입주민이 사정에 맞게 편리하게 개조하여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하여 국민들에게 생활의 편익을 도모하는 것이 정책의 순리이며, 국민을 위한 행정이 아닐까 싶다.
<김문경(대한주택건설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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