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가격인상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우선 오는 11월 인도시장에서 소폭 올린 뒤 다른 나라에서도 가격인상을 단행할 방침이다.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가전업체들이 심한 원가 부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 기간이 끝나는 11월부터 인도시장에서 냉장고ㆍ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가격을 3~5% 인상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철ㆍ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원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해외 현지 공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굉장히 심하다”고 설명했다. LG의 한 관계자도 “인도의 경우 루피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3~4%, LG전자는 5% 정도 가전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일부 컴퓨터 부품의 경우 7%까지 가격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만 현지 소비자들의 부담이 갑자기 증가하지 않도록 디왈리 기간 이후 가격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대신 이들 업체는 이달이 축제 및 혼수 시즌이어서 소비자들의 가전 구매가 급격히 늘어나 가격인상 전에도 매출이 단기적으로 50% 이상 증가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불황 속에 가전업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가전 가격 현실화를 통해 현금 확보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생활가전 분야가 이익을 내는 것을 넘어 캐시카우(현금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고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기업 경영에서 현금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가격인상에는 이밖에도 이머징마켓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가져가기 위한 중장기적 포석도 깔려 있다. 삼성과 LG는 인도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조만간 가격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안으로 5% 안팎의 가격인상을 확대해갈 계획”이라며 “국가별 특성에 맞춰 가격을 인상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자업계는 국내 시장의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는 오는 12월 내년도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소폭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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