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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레시어터의 '모던발레 콘체르토'가 지난주 말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 8월의 공연'에 초청받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는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서울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우수 공연을 입장료 1,000원에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평소 5만원은 지불해야 볼 수 있는 공연을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어 그런지 티켓판매가 오픈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돼 추가 티켓구입에 대한 문의전화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는 처음 발레를 접하는 이들이 관객의 다수를 차지할 거라 예상하고 공연 중간중간 해설을 넣어 작품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발레리나의 동작 시범과 함께 간단한 발레상식도 알려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첫 공연 해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가 객석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9대1이나 되는 치열한 예매경쟁을 뚫고 어렵게 확보한 좌석이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공연 객석이 여기저기 눈에 띄게 비어 있었다. 천원이라는 금액을 떠나서 누군가는 애타게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한 그 좌석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무척 컸다.
만약 본 공연티켓을 제 값으로 구매했어도 오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을까.
평소 서울발레시어터의 공연을 자주 보는 한 지인은 필자에게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내가 표를 사면 이런 대중적인 공연 관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그 누군가는 기회를 놓칠까 봐 일부러 예매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들은 터라 빈 객석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자체공연 때도 보다 많은 이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여러 사람들을 공연에 초대한다. 그럴 때마다 사전에 참석여부를 일일이 확인해 티켓을 준비하지만 연락 없이 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연 참석이 어렵다며 당일이라도 연락이 오면 현장판매로 돌리거나 타인에게 공연티켓을 양도할 수 있으니 그나마 조금 나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결국 그 좌석은 주인 없이 버려지게 된다.
꽉 찬 객석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제 기량을 맘껏 뽐내며 공연에 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수개월간 공연준비를 해온 아티스트와 스태프의 공과 노력은 꽉 찬 객석과 공연 말미 그들에게서 받는 뜨거운 박수에서 오롯이 보상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무대 위의 공연자뿐 아니라 텅 빈 객석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꼭 자리하고픈 곳이 될 수 있다. 참석의사를 밝혔을 때에는 꼭 참석을 하거나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경우 예매취소나 사전에 통보해 공연을 꼭 즐기고 싶었던 이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허락하는 마지막 배려가 필요하다. 배려하는 관객 문화는 보다 많은 이들이 문화를 향유하게 하는 것은 물론 문화가 조금씩 힘을 얻어 성장할 수 있는 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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