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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브랜단 앤 트루디
입력2001-07-09 00:00:00
수정
2001.07.09 00:00:00
고지식한 영화광 선생님 연애담 유쾌무정부적인 풍부한 상상력이 신선감을 더해주는 RCA졸업영화'보사노바 블루스'로 평단의 관심을 모은 영국의 신예 키에론 J. 월쉬의 장편데뷔작'브랜단 앤 트루디'는 영화광인 브랜단이 사랑에 빠지면서 실제 삶을 생생하게 경험해 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워킹 필름 딕셔너리'나 다름없는 주인공 브랜단이 살아왔던 세상은 '실제 현실'이라기 보다는 '영화적 현실'에 가깝다.
어머니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 뤽 고다르의 인생'을 주고, 거실 바닥엔 읽다 둔 '프랑소와 트뤼포'전집을 펼쳐두고, 가는 곳 어디에나 '네 멋대로 해라'포스터가 붙어있고, 비디오 플레이어에는 항상 고전영화 테이프가 들어있다.
심지어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영화대사를 인용할 정도로 그의 증세는 매니아 차원을 넘어 중독증세를 보인다.
영화는 영화광이자 고지식한 중학교 교사인 브랜단과 밤마다 절도행각을 벌이는 여자도둑 트루디 연인의 이야기로 끌고 가지만 영화를 보낸 동안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영화속 고전 영화들과 뮤지컬적 요소를 만날 수 있기때문이다. 슬며시 되살아나는 흑백 필름의 추억에서 '생명의 양식'의 찬송가를 부르는 브랜단의 안까까운 표정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빗길 위에서 한 남자가 시체처럼 얼굴을 묻고 쓰러져 있고 그 위를 '모든 일이 시작된 6개월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관객이라면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대로'(50년)의 오프닝 신을 본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제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살짝 이름만 바꾼 '브랜단이 트루디를 만났을 때'(When Brendan met Trudy).
브랜단은 트루디를 만난 뒤부터 일생 일대의 변화를 맞는다. 파티에 가서도 인상을 쓰며 찬송가를 부르고, 사랑을 나눈 뒤 어울리지도 않는 영화 속 대사를 내뱉어 분위기를 깨는 브랜단.
무슨 일을 하는 지 도통 알 수 없지만 밤마다 밖에 나간 뒤 피를 흘리며 오는 다혈질의 자유분방한 여자 트루디. 상극처럼 보이는 둘은 그런 상대방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그와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한 트루디가 빗속에 쓰러져 있는 브랜단에게 퍼붓는다.
"이번엔 또 무슨영화지? '플러버?''타이타닉?'"그렇게 '선셋대로'를 흉내낸 마지막 어리광도 통하지 않고 정말로 트루디가 떠난 후, 브랜단에게 절대 고독의 시간이 밀려온다. 그것은 그녀의 부재가 깨닫게 해 준 진짜 현실이었다.
이후 브랜단의 시야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CF도, 고전영화도 아닌 바로 현장 모습 그대로인 뉴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뉴스라는 현실을 통해 재회한다.
너무나 순진한 표정과 중절모 쓴 모습이 인상적인 브랜단엔 피터 맥도널드가, 대담함과 솔직함으로 한 남자의 잠자던 본능을 일깨우는 트루디 역엔 플로라 몽고메리가 맡았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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