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저축은행은 최근 울상이다. 카드정보 유출 사태 이후 불법 정보를 활용한 텔레마케팅(TM) 활용 영업이 급격히 줄어들자 신용대출 잔액이 넉 달 새 16%가량 줄어들었는데 같은 기간 연체율도 6%포인트가량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TM 영업 제한으로 일자리를 잃은 대부중개업자의 영향이 컸다. 브로커(대부업자)가 B저축은행 차주의 대출을 자비로 갚아주고 신용도가 높아진 차주에게 A저축은행·C은행 등에서 일시에 추가 대출을 받게끔 하는 이른바 '통대환대출'을 실시한 것이다. 차주의 상환 능력은 부족하지만 대출액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부실이 발생해 연체율이 늘어났다.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불법 정보를 이용한 TM 영업 제한으로 대부업자들이 급격하게 일자리를 잃었고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이 악덕 브로커로 활동해 금융회사의 연체율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영세한 대부업자는 범법자가 되고 있는데 대형 포털사이트는 오히려 광고비가 5배 가까이 늘어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2금융권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조폭과 연계된 불법 영업 활동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대부중개업체(대부업 겸업자 포함)는 총 2,111곳으로 TM 영업 제한이 있기 직전인 지난해 말(2,371곳) 대비 11%가량 감소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갈 곳 잃은 중개업자들이 브로커로 활약하면서 차주의 대출을 제 돈으로 메워주고 그 사이 한도가 늘어난 차주에게 은행·캐피털·저축은행 등에 일시에 재대출을 받게 하면서 중간에 불법 수수료를 뜯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브로커가 낀 차주가 일시에 여러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으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통상 은행연합회에 이 정보가 집적되기까지 2~4영업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실률 상승이다. 통대환대출로 상환 능력 밖의 돈을 빌린 차주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매달 원리금 상환방식을 주로 쓰는 저축은행들부터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집인 의존도가 높은 외국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대출 관행이 판쳤을 것으로 보고 향후 연체율을 올리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매달 원리금 균등 상환방식으로 대출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 돈 못 갚겠다며 두 손 드는 사람이 금방 나타나지만 시중은행은 이지만 갚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원금을 상환해 연체가 뒤늦게 나타난다"면서 "저축은행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 하반기에는 모집인 의존이 높은 은행들 또한 연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을 통한 개인정보 불법 유통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4일 대출에 관심 있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재가공해 대부업체 콜센터에 팔아넘긴 혐의로 대부중개업자 이모(59)씨를 구속하고 윤모(32)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 최근 이와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TM 중단을 틈타고 불법 영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권의 경우 최근 본사와 관계없는 독립법인대리점(GA)의 영업 비중이 급격하게 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은 TM 중단 사태 이후 GA를 통해서 영업의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한 GA는 전체 보험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와 조폭이 연계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와 연계된 GA의 경우 조폭 출신의 지점장들을 고용해 문제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연초에도 대형 보험사와 연계된 GA에서 조폭과 연계돼 말썽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GA 현황에 대한 공시 규정을 강화하고 제재 조항도 만들어야 한다"며 "GA 소속 설계사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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