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터미네이터 3’

10여년전 미래로부터 파견된 강력한 `T-1000`의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미래의 인류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닉 스탈)는 엄마인 사라 코너가 죽은 뒤 고도로 발달된 기계들의 네트워크 `스카이 넷`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워버리고 홀로 살아간다. `스카이 넷`은 존 코너를 암살하기 위해 `T-1000`보다 더욱 강력해진 `터미네트릭스(일명 T-X)`(크리스티나 로켄)를 파견한다. T-X는 섹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냉혹하고 잔인한 여성 살인기계로봇. 뛰어난 지능과 엄청난 공격력으로 무장된 T-X는 주변의 모든 기계들을 파괴하거나 본인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병기로 코너의 동창들, 즉 미래의 해방군을 학살하며 코너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존 코너의 유일한 희망은 인간 측 전투 병기 구형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츠데네거)뿐. 10여년전 용광로로 사라졌던 T-800이 홀연히 벌거벗은 채 나타나 여성전용 선술집에 들어가 남성 스트리퍼의 옷을 빼앗아 입고 나와 T-X에 맞선다.

25일 개봉될 `터미네이터 3`는 “I will be back”이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났던 터미네이터가 12년만에 “I am back”이라며 돌아와 여전사 T-X와의 강렬한 충돌을 보여주는 SF액션오락물.

`터미네이터3`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계 문명에 대한 비판을 곁들인 전편들에 비해 한층 깊이가 얇아진 느낌의 영화지만 더욱 강력해진 살인기계의 공포가 잘 그려진 전형적인 할리우드 상업영화다. 터미네이터는 색다른 변신을 추구하지 않았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살인기계는 더 강해졌다. 관능적 몸매와 무표정한 얼굴, 잔인한 성격의 부조화는 이제껏 나온 여성 악당의 면모 가운데 가장 사나운 축에 속한다.

반면에 터미네이터는 T-X와의 싸움에서 여러 번 무너지고 난 후 존 코너에게 “나는 너무 구형이야”라고 고백할 때는 `만약 4편이 나온다면 다른 배우가 나오겠구나`하는 예시를 받는다. 영화는 모든 터미네이터들이 첫 장면에서 알몸으로 등장했듯 T-X 역시 알몸으로 등장한다. 유난히 선글라스에 관심이 많았던 터미네이터는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남성 스트리퍼 옷 주머니에서 나온 우스꽝스런 별모양의 선글라스에 자신도 우스웠는지, 써보고는 벗어 던지고 편의점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갈취해 쓴다. 그는 이빨로 총알을 막아내고 무뚝뚝한 대사들로 관객을 웃기면서 코믹함을 강조한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T-X와 T-800이 크레인 트럭과 소방차로 시가지 건물을 무너뜨리고 싸우는 대목이라든가, 두 기계가 쇳소리를 내며 벌이는 장중한 육탄전, 심지어는 건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액션은 입이 쩍 벌어지게 할 정도로 가관이며 쫓고 쫓기는 추격장면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볼만하다.

연출은 `U-571`과 `브레이크 다운`으로 검증받은 조나단 모스토우감독이 맡았다.

<박연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