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대한민국은 온통 ‘월드컵’뿐이었다. 이날 출근길부터 한국-프랑스전 이야기로 전화기를 붙잡고 있거나 버스 손잡이에 기대어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적지않았다. 직장에 도착해서도 사람들의 얘기꽃은 이어졌고 피로회복제나 커피를 마시며 ‘월드컵 휴유증’을 극복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유학생들은 뜨거운 응원열기가 그리워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찾아왔다. ◇오늘의 업무는 “월드컵”=직장인들은 이날 한국-프랑스전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섞어가며 얘기꽃을 피웠다. 은행원 박성윤(39)씨는 “출근 후 화제는 당연 축구였고 아침 회의 때도 일보다 축구 관련 얘기를 나누었다”며 “박지성의 슛이 어땠느니, 수훈갑은 그래도 최진철이니 하는 식의 얘기가 주류였다”고 전했다. 영화사에 근무하는 김태주(31)씨는 “감격에 벅차 동료와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1시간 일찍 출근했더니 나 같은 사람이 몇 명 있더라”며 “업무를 준비하면서 축구얘기를 나눴는데 경기가 극적이어서 오늘 하루는 축구의 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복 속에 감춘 ‘붉은악마’=일선 학교에서는 교복 속에 ‘붉은악마’를 감춘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거리응원전이 끝나자마자 붉은악마 티셔츠 위에 교복을 껴입고 학교로 달려온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 이들은 등교시간이 됐음에도 월드컵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강남 현대고에서는 교복을 입은 일부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응원곡을 부르며 응원전 감흥을 이어갔다. 잠실경기장에서 응원에 참가했던 고등학생 최모(16)군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런 날 거리에 나오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며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3시까지 축구중계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 순식간에 ‘왕따’가 된 학생도 있었다. 중학생 윤모(13)군은 “새벽에 축구를 못 보고 왔더니 아침부터 아예 할 말이 없었다”며 “완전히 외톨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피로회복제 주세요=서울시내 약국과 편의점에는 피로회복제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 종로의 P약국은 이날 평소의 3배에 가까운 피로회복제를 팔았다. 약사 김모(42)씨는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피로회복제를 사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았다”며 “나중에는 그냥 얼굴만 보고 내가 꺼내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에서도 아침부터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광화문 S커피숍에는 이날 아침 평소의 두배 길이로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날 아침 커피를 사러 온 정모(35)씨는 “밤새 응원을 했더니 정신이 없다”며 “잠이 확 깨도록 오늘은 블랙커피를 마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응원에 목마른 유학생들=중국 상하이에서 어학연수 중인 이송이(25)씨는 이날 일찌감치 인터넷 메신저서비스를 켜놓고 한국의 친구들과 월드컵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씨는 “중국 상하이에서는 길거리 응원전을 하지 말라는 엄포가 있어 응원도 제대로 못했다”며 “월드컵 응원 갈증을 풀기 위해 아침부터 메신저서비스를 켜놓고 친구들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중국대학 기숙사에서는 현지 방송밖에 나오지 않아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위성이 나오는 호프집에 몰려가 중계방송을 보며 ‘월드컵 향수’를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