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몰려있는 광화문과 시청 일대. 주말이면 시위가 벌어지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교통은 통제되고, 때로는 과격한 행동으로 경찰과 시위대 간에 긴장이 고조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한민국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 정부나 대기업 등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시위와 파업, 연좌농성, 단식투쟁, 불매운동 등에 나서고 있다. 독일의 환경 운동가들은 핵폐기물을 적재한 수송열차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영국의 동물권익보호자들은 런던 시내를 활보하며 집회를 연다. 저마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이른바 '직접 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주의와 현대 정치 이론의 대가인 에이프릴 카터는 그 해답을 자유 민주주의의 취약점에서 찾았다. "역사상 자유민주주의는 일부 특권 사회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빈곤계층ㆍ여성ㆍ소수민족ㆍ장애인ㆍ노약자 등 자유민주주의에서 소외된 계층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위해서는 직접행동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직접행동의 의미와 본질 그리고 사례를 들며 직접행동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직접행동은 정부 또는 기업과 같은 힘 있는 집단에 압력을 가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으로 비폭력 대중저항을 뜻한다. 직접행동이 대중적 저항이라는 전통에서 출발한다고 볼 때, 경제적 통제권과 힘있는 집단이 구사하는 여타 압력행사와는 구별된다. 직접행동은 인류 역사상 언제나 존재했던 정치 행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토목 인부의 파업과 농성이 있었고, 로마제국에선 기독교인들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 직접행동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과격해지는 원인은 글로벌리즘을 바탕으로 한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다국적 기업과 경제 강국이 주도하는 경제적인 세계화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인류가 주변으로 몰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 책은 소외된 집단의 직접행동을 부추기는 듯 하지만, 뒤집어 본다면 미래의 선진기업과 경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직접행동이 발생하는 원인과 소외 집단의 권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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