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실리가 워낙 커서 제3보(33~54) 진로배의 매력은 한 선수가 다른 두 나라의 선수를 모두 격파하고 영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이었다. 녹다운 방식이라는 이 제도는 이미 일중수퍼대항전을 통하여 그 독특한 매력이 입증된 바 있다. 진로배 주최사인 sbs는 바로 그 녹다운 방식 속에 한중일의 세 나라 고수들을 끌어들여 인기를 한껏 드높이고 있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대국 당일까지 출전 선수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봉수는 대국실에 들어서고 나서야 상대가 창하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2년 전에 당한 패배의 기억이 생생한 서봉수는 투지가 필요 이상으로 타올랐고 그것이 성급한 착점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흑35가 바로 성급한 수였다. 검토실에서는 가로 두는 수가 집중적으로 제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서봉수의 성급한 움직임에 창하오가 너무 느슨한 응수를 하는 바람에 도리어 서봉수를 편하게 해주고 만다. 백36이 문제의 수. 당연히 38의 자리에 두어 흑을 공격할 자리였다. 계속해서 백40이 너무 고지식한 수였다. 기왕에 세력작전을 편 바에는 참고도의 백1, 3으로 처리했어야 했다. 실전은 좌상귀 흑진의 실리가 워낙 커서 서봉수의 대만족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4-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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