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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우리 경제 만성적 저성장 걱정"

尹재정 취임 후 첫 산업시찰 동행 취재기


尹재정 "2분기가 바닥… 수출·내수확대 등 위기이후 대비 필요" “2ㆍ4분기에 바닥을 찍은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침체상태가 지속될까 걱정이다.” 부산ㆍ경남 지역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조찬세미나 후 서울행 비행기에서 만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바닥에 대한 논란보다는 우리 경제가 너무 빨리 ‘만성적 저성장’에 접어들지 않겠냐는 우려를 먼저 꺼냈다. 윤 장관은 “우리 경제회복 모델이 ‘L자형’의 변형된 새로운 유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바닥에서) 약간 회복된 후 성장 없이 오랜 침체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와 궤를 같이한다고 전제한 뒤 “경기회복기에 수출과 내수시장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충족시키면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저성장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ㆍ4분기가 지나면 위기 이후 9개월이므로 각종 악재들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경계론 사이를 오갔던 윤 장관도 2ㆍ4분기가 바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했다. “지금은 전년 동기 비교는 무의미한 상황인 만큼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도 전기 대비 지표가 나아진다면 바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윤 장관은 말했다. 이어 윤 장관은 “지금까지 ‘조심스러운 낙관(Cautiously Optimistic)’이었다면 이제는 ‘조심스러운’이라는 단어의 강도를 절반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경기 예측에 대한 변화는 정책기조 변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이후 재정적자를 감내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긴급진통제를 놓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구조조정ㆍ수출 등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출구전략(Exit Plan)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경제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미리미리 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윤 장관은 외환위기 때와는 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절반이 문을 닫거나 합병되고 대기업 중 절반이 나가떨어진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이 우리 뇌리 속에 낙인찍혔다”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부실채권 예상규모가 당시의 4분의1에 그치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도 기업은 4분의1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목소리 듣자" 끊임없는 대화
'윤다거' 별명 걸맞게 직원들 마주칠때 마다 격려
CEO 상속세등 고충 토로에 "해결노력" 답변 진땀
지난 8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리노공업 본사. 취임 후 첫 산업시찰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에서는 빡빡한 일정에도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직원들과 끊임없이 나누는 대화는 기자가 일일이 메모를 하기도 벅찰 정도였다. "대단합니다. 현미경으로 봐도 제대로 보이지 않네요." 윤 장관은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 제조업체인 리노공업과 풍력발전설비 제조업체인 태웅 공장을 둘러보면서 수시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작업현장을 살펴보는 동안 '부품ㆍ소재는 수입하는지' '기술유출 및 산업스파이 문제는 없는지' '풍력발전 경쟁국 현황은 어떤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시종일관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윤 다거(큰형님)'라는 별명답게 직원들과 마주칠 때마다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격려도 잊지 않았다. 취임 다음날인 2월11일 경기도 성남과 광주시 민생현장 방문에 나선 뒤 4개월 만인 이날 윤 장관은 첫 산업현장방문 업종으로 반도체와 풍력 업체를 선택했다. 반도체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고 풍력은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다. 산업현장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겠다는 경제수장의 의도로 풀이된다. 짧은 현장방문을 마친 후 열린 녹산 산업단지 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거시경제 수장과 실물경제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CEO들의 만남인 만큼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갔다. 윤 장관은 기업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반기업 정서가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는 말로 대화의 장을 열었다. 윤 장관은 "국가가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은 기업"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에 마케팅ㆍ생산 등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제도적인 뒷받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2004년 금융감독위원장 재직 시절 만났던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의 사례를 들며 반기업 정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스펀 의장은 금융이 아무리 중요해도 기업이 망가질 정도로 감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면서 "우리 기업은 지금까지 그 대우를 받지 못했고 지난 10년간 쌓인 반기업 정서를 물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간담회에서 사업체 CEO들은 상속세, 산업단지 분양가, 중견기업 등 다양한 고충들을 쏟아내며 윤 장관의 진땀을 흘리게 했다. 허용도 태웅 회장은 "우리들 나이가 60이 넘었지만 투자하기 위한 여력은 있다. 그러나 높은 상속세가 부담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기초소재산업을 중국에 모두 빼앗길 수밖에 없다. 상속세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신바람 나게 기업활동을 하지 않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도 상속세가 해외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높다는 것에 동의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상속세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도록 힘쓰겠다"고 답했다. 김강희 동화엔텍 회장은 "최근 조선업계는 거의 수주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납품했는데도 대금 회수를 못하는 업체들도 제법 있다. 구조조정을 끝낸 업체들은 안심하고 거래를 해도 좋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계부처와 별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규 녹산단지 경영자협의회장은 "산업단지의 분양가가 과다하게 책정돼 입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고 윤 장관은 "이런 땅값으로 우리가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갖춰왔는지 대단하다"면서 "관련기관과 협력해 구체적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현장방문과 간담회를 마친 윤 장관은 "이번에 다녀가면서 현장에서 본 경험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풍력 등 녹색산업이 20~30년 후 우리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만큼 녹색산업의 성장을 위해 세제ㆍ재정ㆍ금융 등 다각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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