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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김진호 마로비뇨기과 원장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화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에서부터 계층, 세대간의 갈등에 개혁과 보수의 이념갈등까지 더해져서 갈등의 양상도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한 교장의 자살로 불거진 교육계의 갈등은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이런 와중에 20여 년 간 일반 국민들과 차단됐던 청남대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골프회동을 갖고 상생의 정치를 모색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의 수단으로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때가 때인지라 참으로 반가웠다. 사실 골프를 통한 동서화합(?)은 필자가 훨씬 오래 전에 실천한 바가 있다. 골프를 시작한 지 4, 5년이 지나도록 보기 플레이어를 벗어나지 못한 속칭 `골프 저능아`였으나 한창 재미를 맛보던 시절이었다. 지난 2000년 4월13일, 16대 국회의원 총선거일. 임시 공휴일이었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서울 근교의 S골프장에 도착해 동료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나니 2명은 경상도, 2명은 전라도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선거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아뿔싸,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을. 서로 A당, B당이 옳고 그름을 탓하며 2대2로 설전이 벌어져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때 누군가가 화합의 뜻으로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 1명씩 한 팀이 되어 2대2로 간단한 내기 시합을 제안하면서 겨우 수습이 됐다. 필자와 한 팀을 이룬 분은 상당한 수준의 싱글 골퍼로 알려져 소위 민폐를 주지 않을까 주눅이 들어있었다. “김 박사, 오늘의 샷은 동서 화합의 샷이니 편하게 합시다” 라는 외침을 들으며 스윙을 했다. 1번홀(파4)에서 9번 아이언으로 날린 120㎙ 거리의 세컨드 샷이 바로 홀로 빨려 들어가는 믿기 어려운 이글을 처음으로 경험함과 동시에 80대 초반의 경이적인 스코어를 기록했다. 물론 화기애애한 회식의 시간을 보냈음은 자명한 일. 지금도 그분들과는 가끔 함께 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으며 서재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독수리 패를 보면서 그때 경험한 골프와 화합의 의미를 되새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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