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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기대축소의 기대

예년같지가 않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다소 들뜨게 마련인데 올 크리스마스는 깊숙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1년전 크리스마스도 외화부도위기에 직면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자금지원으로 겨우 위기를 넘기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2000년대를 1년여 앞두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어떻게 맞을까 연구해야 할 시점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당장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화두」일 뿐 21세기 운운은 사치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샐러리맨들은 월급이 얼마냐를 따지기 전에 일자리를 잃지 않는게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렸고 기업들은 어떻게든 망하지 않는게 급선무가 되어버렸다. 철밥통이라고 불리던 공무원조차 어느 순간 잘려나갈지 모르는 실정이고 의사·변호사 등 이른바 「사」자돌림 자유직업인들도 과거의 영화만 그리워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IMF체제이후 살판 났다며 「이대로」를 건배구호로 외친다지만 그야말로 극히 일부의 얘기일 뿐이다. 신한종합연구소는 내년 한국사회는 「기대축소의 시대」에 접어든다고 전망했다. 폴 크루그먼이 수년전 미국경제에 대해 「기대체감(遞減)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는데, 우리 사회는 기대체감이 아니라 아예 기대의 절대치를 축소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게 신한연구소의 전망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하지만 올해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면 절대수준이 높아지길 기대하기 힘들 것이고 앞으로 성장세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대축소의 시대라는 진단이다. 감속성장에 따라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수익성위주의 보수적 경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자연 기업들의 투자수요도 줄어들어 만성적인 자금부족상태가 사라지면서 금리도 떨어질 것이다. 급격한 물가상승만 없으면 사회 전체적으로 성장률·금리·임금상승률 등 모든 숫자가 낮아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기대축소의 시대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기대축소의 시대에 걸맞는 사고방식, 패러다임에도 익숙치 않다.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지난 1년간 금융회사·기업들이 겪었던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피할 길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이제 기대축소의 시대라는 상황을 모면할 길이 없게 됐다. 과거처럼 1년에 몇십%씩 규모를 키우는 상황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저금리·저성장·저임금상승의 상황에 맞추는 생활설계를 강요당하고 있다. 너나없이 기대축소의 시대에 걸맞는 패러다임에 적응하는게 99년의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흥청망청했던 과거는 그리운 옛 이야기로 접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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