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올해 평균 국제유가를 당초 전망보다 4.48달러 크게 올린 배럴당 78.62달러(두바이유)로 상향조정했다. 그 뿐만 아니라 초(超)고유가 상황에서 상반기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생산자ㆍ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시간도 더욱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 하반기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정부가 현행 유류세 탄력세율 변동폭을 더욱 확대해 소비자들의 고유가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제유가, 지난해보다 10달러 이상 오른 78.62달러=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내놓은 ‘2008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두바이유 기준 연평균 가격이 지난해(68.34달러) 대비 15% 상승한 배럴당 78.62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인 74.14달러에서 4.48달러 크게 올린 것이다. 삼성연은 “지난해 연중 유가 상승세를 견인했던 수급 불균형, 달러화 약세, 투기자금 유입, 원유생산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이른바 ‘4대 악재’가 올 들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상향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로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하면서 올 상반기 중 국제유가는 평균 81.17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다만 이 같은 달러화 약세 속도가 하반기 중 둔화할 가능성이 커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 파급력 확대로 하반기 물가도 비상=이와 함께 상반기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초고유가 압박은 하반기 국내 물가 안정세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생산자ㆍ소비자물가 상승에 반영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상반기 유가 인상분이 하반기 들어서도 2~3개월간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연구소는 “두바이유 가격과 물가지수 간 시차상관 계수를 계산한 결과 두바이유 상승은 생산자 물가에 1개월 후, 소비자물가에는 2개월 후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마디로 그동안은 국제유가가 많이 올라도 원화강세에 힘입어 그 파급력이 약화될 수 있었지만 최근 원화약세로 상황이 뒤바뀌면서 유가 상승분은 국내 물가에 더 적극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따라서 서민ㆍ중산층의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현행 최대 30%까지 가능한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을 50%까지 확대, 인하 수준을 높이고 하반기 유가 안정세가 나타나면 다시 환원조치하는 식의 탄력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10일부터 한시적으로 휘발유ㆍ경유ㆍLPG부탄에 대해 유류세 탄력 할인율을 30%까지 확대 적용, 휘발유와 경유 가격 부담을 리터당 최대 82원, 58원씩 낮춘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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