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조훈현, 헛패를 쓰다 제5보(101~114) ‘패는 요술쟁이’라는 말이 있다. 거의 죽었던 대마가 패라는 특별한 방법에 의해 살아나기도 하고 패의 과정에서 상전벽해의 변화가 곧잘 야기된다. 그러므로 초심자들은 패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는 일이 많다. 그러나 프로들에게 있어서 패는 국면을 단순화하고 승부의 결말을 가시화하는 방책으로 통한다. 형세가 유리하고 팻감이 많은 경우라면 대형 패싸움처럼 편리한 전술이 따로 없다. 국면을 급하게 단순화하여 그대로 셔터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팻감이다. 팻감은 흑에게 많았으니…. 난투 전문가 조훈현에게 결정적인 승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 찬스를 그가 어이없이 놓치고 만다. 흑5가 아주 이상한 팻감이었다. 송태곤은 노타임으로 6에 때려냈다. 여기서 조훈현의 손길이 얼어붙었다. 기세상으로는 10의 자리에 내려서서 좌하귀를 접수해야 마땅하지만 백에게 7의 자리를 당하면 중앙이 크게 들어가므로 견딜 수가 없다. 망설이던 그는 흑7, 9로 중앙을 살렸고 백10이 놓이자 거의 헛패를 쓴 결과가 되었다. 흑5로는 참고도의 1로 팻감을 써야 했던 것이다. 그 방면은 끝없이 팻감이 나오므로 백은 2에 때려낼 수밖에 없고 흑3으로 우상귀 방면의 백대마가 잡혀 흑승이 확정되었을 것이다. (4…1의 왼쪽)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2-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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