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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저소득층 담보대출
입력2003-12-01 00:00:00
수정
2003.12.01 00:00:00
올들어 주택구입을 위한 금융기관 차입이 늘어나면서 가구당 금융부채가 지난해보다 무려 84.0%나 증가한 3,502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은행 연구소의 `2003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주택구입자는 구입자금의 32.1%를 금융권에서 조달했으며 월소득중 14.9%를 대출금 상환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이 매년 40% 이상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 때문이며 소매금융에 치중했던 금융권의 사업전략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연구소의 조사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이 중ㆍ고소득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의 경우 연소득 대비 대출금액비율(DTI)이 3.71배로 전체 가구의 1.67배에 비해 현저히 높았고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비율(PIR)도 저소득층은 15.3배로 전체 가구의 6.2배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택구입가격 대비 융자비율(LTV)도 42.5%로 주택구입비의 절반 가까이를 융자로 충당하고 있다.
전국민이 부동산을 최상의 재산증식수단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소득수준과 보유자산보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고 그것도 상당부분 주택구입 때문이라면 소홀히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생활의 기본조건인 주택구입비 부담이 소비를 억누르는 것은 물론 자칫 생계형 부실가계의 양산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841만 가구에 이르는 무주택자에 대해 각종 혜택을 주고 있고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로 부동산 투기근절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내 집을 마련한 저소득층의 부동산담보대출이 이처럼 과중하다면 이들을 다시 무주택자로 내몰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 저소득층은 특히 지금 같은 불황기에 취약한 계층으로서 이들이 다시 무주택자가 될 경우 다시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은 물론이고 희망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10.29 부동산대책의 추가대책 중 하나로 투기지역 등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을 신규대출 외에 만기연장분에 대해서도 하향 조정하고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실시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저소득층의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예외 적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현재의 저금리 정책도 당분간은 지속돼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상경기자(성장기업부)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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