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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배도 잠겨… 너무 슬프다”
입력2003-09-24 00:00:00
수정
2003.09.24 00:00:00
최형욱 기자
“오늘은 너무 슬프다. 바다에 있던 배들이 다 올라와서 집을 부수어 모두 망가져 버렸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처참했던 흔적이 경남 마산에 있는 한 어촌마을의 초등학생 일기장에 생생하게 기록돼 화재가 되고 있다. 마산시 진동면 고현마을에 있는 우산초등학교(교장 김용호)는 당시 전교생 69명 가운데 43명이 가옥이 파손되거나 침수돼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웃이나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아예 인근 함안군으로 전학까지 갔다. 가옥이 침수되고 아버지의 어선이 파손됐던 민정화(8살)양은 태풍 엄습 이튿날인 13일 일기에 “우리 집은 초상집이다. 아침밥을 먹고 선창에 내려갔다. 태풍때문에 집도 떠내려갔고 배도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배가 집으로 집으로 차고 들어왔었다. 우리 집도 물에 잠겼다”고 적어 참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민영경(10살)양은 “오늘은 너무 슬프다. 바다에 있던 배들이 다 올라와서 집을 부수어 모두 망가져 버렸다. 이런게 믿기지 않는다”며 참담한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최은빈(10살)양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아빠 엄마 손을 꼭 잡았다. 만약 우리가 태풍에 쓸려 내려 갔으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며 당시 공포감을 떠올렸다.
또 이창희(10살)양은 12일 일기에 “너무 무서웠다. 전기가 안 와서 촛불을 켜고 있었는데 갑자기 1층까지 물이 차더니 배 3척이 우리 집 앞으로 조금 들어왔었다. 집이 무너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이 태풍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썼다.
남학생 장지원(9살)군은 13일 일기에 “전기가 나가 텔레비전도 못 보고 컴퓨터도 안된다. 지금 촛불을 켜고 일기를 쓰고 있다. 앞으로 일기도 못 쓰겠다”며 정전의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영하(10살)양은 “수재민이 돼 학교에 가면 놀림을 당할 것”이라며 걱정했고 같은 학년 이슬희(10살)양은 “하루빨리 수재민이라는 탈을 벗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김용호(60) 교장은 “피해본 어린이의 보금자리를 복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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