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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세 자릿수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자랑하는 호텔 예약 사이트 아고다(Agoda)는 전세계 이용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센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 지난 2008년 합병한 영국의 로이즈 TSB와 HBOS 은행은 리스크관리ㆍ보안 시스템과 통신망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통합해야 했다. #.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크랩트리앤에블린은 제품의 재고ㆍ매출 관리 등을 개선해 줄 클라우드 기반의 판매정보관리(POS)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들이 모두 러브콜한 협력사는 영국 BT(브리티시텔레콤)다. BT가 선택 받은 건 단순한 통신사가 아니라 통신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포화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탈(脫)통신'을 외치며 변신을 꾀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들이 BT를 주목하는 이유다.
BT의 기업용 IT서비스 사업부문인 BT글로벌서비스(BTGS)를 맡고 있는 루이스 알바레즈(사진)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0세기 후반에 이미 통신업계에 파괴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BT는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였다"며 "'변화'는 BT DNA의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BTGS를 이끌고 있는 알바레즈 CEO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 공기업이었던 BT는 지난 1984년 민영화 과정을 거쳤고 200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ICT 서비스 업체로 끊임없이 변신해왔다. 기업용 IT서비스를 담당하는 BTGS, 기업용 통신서비스 위주의 BT리테일, 다른 통신사에 통신망과 필수설비를 임대ㆍ제공하는 BT홀세일과 오픈리치 등이 주요 사업부문이다. 이 중 BTGS는 현재 약 170개국에서 통신 서비스와 ICT 솔루션을 제공하며, BT 전체 매출 중 40%를 벌어들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모바일 오피스, 스마트 헬스케어, 에너지관리사업 등 탈통신 육성에 절치 부심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이통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목이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BTGS의 성공적인 변신의 원동력이다. 알바레즈 CEO는 "지난 5년간 R&D에 40억 파운드(약 6조7,000억원)를 투자했다"며 "전세계에서 1만명 이상의 기술자가 R&D에 매진하고 있으며, BT가 보유한 특허는 5,000여개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BT는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ㆍ이스라엘ㆍ인도ㆍ중국 등에 R&D 센터를 세웠으며, 메사추세츠 공대(MIT)ㆍ옥스포드ㆍ칭화대 등과도 R&D 협력을 진행 중이다.
성공적인 글로벌화 비결에 대해 알바레즈 CEO는 "경영은 글로벌화 하지만 실행은 로컬(현지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 전략"이라며 "한국 사업은 한국인이, 일본 사업은 일본인이, 인도 사업은 인도인이 대표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한국 기업에 BT가 최선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호주 다음으로 큰 IT 솔루션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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