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선방, LCD는 대박.’ 삼성전자가 지난해 4ㆍ4분기에 업계의 예측을 뒤엎고 D램 가격 폭락에도 불구, 반도체 부문 흑자를 기록해 메모리 1위 업체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에 더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LCD 부문이 4ㆍ4분기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했다. LCD 부문은 지난 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 확실하게 반도체를 대신했다. 정보통신 부문 역시 예상보다 높은 11%의 영업이익률로 한 축을 담당했다. 반도체와 LCDㆍ디지털미디어ㆍ정보통신ㆍ생활가전으로 이뤄진 삼성전자식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우려를 낳고 있다. 매출은 2004년 이후 꾸준히 늘어났지만 연도별 영업이익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04년 12조200억원, 2005년 8조600억원, 2006년 6조9,300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5조9,429억원으로 떨어져 수익성 악화의 굴레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하지만 “반도체 경기 사이클상 상승국면이 시작됨에 따라 올해부터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주우식 부사장은 “결국 삼성전자 실적의 방향은 메모리반도체 실적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으로 하반기에는 다시 한번 성장 모멘텀이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예상 깨고 선전=D램 가격은 지난해 말 1달러선이 붕괴되는 폭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 상품인 DDR2 512기가비트(Gb) 667㎒ 제품은 지난해 초 6달러대에서 12월31일 0.93달러까지 하락했다. 1년 동안 무려 6분의1 토막이 난 것. D램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루는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도 심상치 않았다. 8Gb 싱글레벨셀 제품은 4ㆍ4분기에 16.2달러에서 11.5달러까지 내렸고 올 들어 하락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4ㆍ4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반도체총괄은 매출 4조9,100억원에 9%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삼성반도체의 저력을 과시했다. 영업이익 4,300억원은 3ㆍ4분기 9,100억원의 반토막 수준이지만 세계 메모리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실적이라는 분석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모바일 D램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해 D램 의존도를 줄였고 그동안 반도체 생산의 발목을 잡았던 신기술 공정의 수율 불량 문제를 모두 해결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등공신 LCD=삼성전자의 4ㆍ4분기 실적은 매출 4조4,600억원에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LCD총괄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4ㆍ4분기 이익의 절반 이상이 LCD에서 나온 것. 이에 더해 LG필립스LCD보다 더 높은 21%의 영업이익률로 LCD업계의 선두업체임을 입증했다. 이 같은 실적은 패널 가격 강세에다 대형 패널 위주의 전략이 적중한 덕분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 평균 가격은 3ㆍ4분기 390달러에서 4ㆍ4분기 410달러로 올랐다. 모니터용 패널도 3ㆍ4분기 143달러에서 4ㆍ4분기 150달러로 값이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8세대 양산을 통해 46ㆍ52인치 등 대형 패널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올려 가속페달을 밟았다. ◇휴대폰 최대 판매=삼성전자는 지난해 1억6,1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11%(2006년 10%)로 개선됐다. 최지성 사장 취임 후 분기당 370만대가량 물량을 늘리면서도 수익성을 두자릿수로 유지해 이제 체질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ㆍ4분기에는 울트라에디션(450만대), 500만화소 카메라폰(110만대) 등 프리미엄폰과 3G폰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탄탄한 실적의 밑바탕이 됐다. 현재 프리미엄 제품과 저가 제품의 비중은 대략 반반을 차지한다. 반면 TV 등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 부문은 성적표가 화려하지 못하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매출 1조6,400억원을 올렸으나 1,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연결기준으로는 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연간으로는 사상 처음 1조원대에 올라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생활가전도 300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연결기준으로는 간신히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연간으로는 1,5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반도체 회복이 관건=올해 삼성전자는 3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를 탈피하고 화려한 부활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메모리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2ㆍ4분기 이후 가격반등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지난해 효자노릇을 한 LCD 부문은 일단 최고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중국 베이징올림픽과 미국의 2009년 디지털 방송 전환 등 디스플레이업계의 대형 호재가 겹치기 때문이다. 이를 겨냥, 삼성전자는 급성장하고 있는 46인치 이상 대형 패널 시장을 적극 공략, 1ㆍ4분기에 대형 패널 2,200만대, 중소형 패널 3,000만대 이상을 판매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보통신총괄은 올해 휴대폰을 2억대 이상 판매, 25% 이상 고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2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며 “선진시장에서는 500만화소 카메라폰, 터치스크린폰, GPS폰 등 프리미엄급 라인업을 강화하고 신흥시장을 대상으로는 저가 카메라폰, 컬러폰 등을 출시해 시장별 모델을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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