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매년 막대한 피해를 내는 태풍(허리케인)을 가라앉히는 묘안은 없을까. 있다. 그것도 단순히 펌프가 달린 수직 관(管)을 바다에 던져 넣으면 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덥혀진 바다는 태풍을 일으키는데, 태풍은 가열되고 습한 바다 표면의 공기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온다. 해수의 온도가 계속해서 오르면 폭풍의 강도는 더욱 커지게 된다. 미국 뉴멕시코에 있는 앳모션사의 사장인 필 키틸은 태풍을 형성시키는 더운 바다 표면을 식혀 태풍의 강도를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60만개의 수직 관을 멕시코 만에 던져 넣어 해저에 고정시킨 다음 등급 4의 태풍을 등급 3의 태풍으로, 등급 3의 태풍을 등급 2의 태풍으로 완화시키려는 것.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려면 4개월간 100여 척의 바지선과 50억 달러의 설치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일단 설치가 끝나면 1,600km에 걸쳐 있는 수직 관들이 태풍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면 언제든 개입, 바닷물의 온도를 낮춘다. 조만간 키틸은 파도로 작동되는 펌프를 장착한 10개의 수직 관을 가지고 버뮤다로 가 500㎡의 해수 온도를 낮추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우선 그의 배 갑판에서 떨어뜨린 굵직하고 유연한 수직 관들이 펼쳐지며 220m 길이의 워터 쿨러를 형성할 것이다. 이 수직 관들은 부표에 연결된 채 파도가 칠 때마다 내부에 장착된 펌프의 상하 운동을 통해 깊은 해저로부터 영양분이 풍부한 차가운 물을 해수면으로 끌어올린다. 물론 파도가 클수록 냉각 효과도 커진다. 그의 회사인 앳모션은 이미 수직 관의 시험을 마치고 해수면의 온도를 잠시 동안 13℃까지 낮추었다. 대규모 지역에 적용할 경우 이 정도 수치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해수면의 온도를 2℃만 낮추어도 태풍의 풍속을 5% 감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키틸은 태풍의 풍속이 시속 20km만 줄어도 재산 피해가 23%나 감소한다고 말한다. 키틸은 태풍을 달래는 실험과 함께 해양생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측정해 볼 계획이다. 키틸은 해저로부터 풍부한 영양분이 올라와 해양 먹이사슬의 구조가 개선되면 해수면 근처에서 플랑크톤 성장을 가속시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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