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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화의기업 정리가 주는 교훈

법원이 부실 화의기업에 대해 대대적인 정리에 나섰다. 서울지법 파산부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80여개 화의기업에 대한 일제 조사에 착수, 회생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강제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법원의 이 같은 조치는 이들 기업을 그대로 놔둘 경우 오히려 경제에 실(失)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 같은 대대적인 퇴출 심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조기 퇴출시키는 것이 시장의 안정이나 채권자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본다. 화의는 파산의 전 단계다. 기업에 파산이 선고되면 기업은 정리에 들어가게 돼 채권자도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채권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파산을 예방할 수 만 있다면 기업은 물론 채권자에게도 득이 된다. 즉 파산 전의 절차 밖에서 파산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이용되는 것이 바로 화의이다. 화의가 개시되면 통상을 벗어나는 행위는 반드시 관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화의가 늘어나게 된 것은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법정관리보다는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이 제도를 선호한 탓이다. 법원에 따르면 화의기업 가운데는 상환유예기간(3년 내외)이 끝나도 채무를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만 내는 곳이 상당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의가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파산을 뜻하는 화의취소 업체는 2000년 5개사에서 2001년 26개사, 지난해에는 7개사였다. 반면 정상기업으로 갱생한 곳은 2000년 3개사, 2001년 5개사, 지난해 5개사로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이번에 퇴출대상이 되는 기준은 이자 또는 원금을 연체하는 기업으로 매출액 및 영업이익 규모가 화의를 인가해 줄 때의 내건 조건에 턱없이 못미쳐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곳이다. 화의업체 중에는 오너의 도덕적 해이로 경영상태가 더 나빠진 곳이 한 두 군데가가 아니다. 기업과 채권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화의를 진행하는 데서 오는 부정적인 결과인 것이다. 대주주의 자구노력 소홀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화의 인가당시 자산규모가 200억원이던 한 회사는 3년뒤 파산하자 채권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이 수천만원에 불과할 정도였다. 법원은 이달 중순까지 퇴출작업을 마무리 짓는다. 최소한 20여곳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당장은 채권은행들의 타격이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채권시장의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화의기업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화의를 경영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아온 오너들에게는 법원의 이번 조치는 경종이 될 것이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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