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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자영업자대출로 둔갑] 돈줄죄자 ‘포장’바꿔 돈조달 기승
입력2003-02-09 00:00:00
수정
2003.02.09 00:00:00
조의준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력히 억제하자 가계대출 수요가 `포장`을 바꿔 자영업 대출 쪽으로 물꼬를 틀고 있다.
이런 편법대출이 횡행하는 것은 가계대출 수요가 여전한데다 자영업 대출에 대한 관리도 소홀하기 때문이다. 자영업 대출은 사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을 정도로 절차가 간편하다. 또 대출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 사후관리도 없다. 빌린 돈을 개인용도로 써도 막을 길이 없다. 최근에는 가계대출을 자영업 대출로 위장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업체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통계에 잡혔지만 실제로는 가계대출이 이런 방식을 통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 대출 허점 많아=자영업 대출 대상자는 주로 사업을 갓 시작했거나 전년도 매출이 20억원 미만인 사업자들이다. 또 적정 담보물만 제시할 수 있다면 사업자등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소호(SOHOㆍ소규모 개인사업자)의 경우 최고 100%까지 담보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담보 평가액의 50~60%만을 빌려주는 가계대출보다 훨씬 많은 돈을 조달할 수 있다.
더욱이 자영업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 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소득원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장실사 없이는 자영업자들의 신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결국 감(感)과 담보물에 의존한 대출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갈수록 높아져=자영업 대출 증가와 함께 중소기업대출잔액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 1월말 중기대출잔액은 3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36조7,000억원)보다 1조원이나 늘어났다. 우리은행의 대출잔액도 22조7,000억원으로 올들어 8,591억원 증가했다. 다른 은행들도 5,000억원 안팎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동안 중기대출의 연체율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은행의 중기대출연체율은 지난해 12월 1.87%에서 올 1월에는 2.79%로 한달 만에 1%포인트나 수직 상승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형편이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중기대출 전체로는 연체율이 그리 높지 않지만 자영업대출만 따지자면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속출=가계대출 억제와 함께 자영업 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악덕 대출중개업체와 은행의 횡포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영업 대출을 알선하는 중개업체들은 주로 창업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알선해주면서 자영업자대출로 명목을 전환해 준 뒤 은행 직원들과 짜고 담보물의 최고 100%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렇게 빌려준 돈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에서 떼어 지점장과 본점영업지점 등에게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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