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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재판과정 본지 단독공개
입력1998-12-06 00:00:00
수정
1998.12.06 00:00:00
「판사는 법복을 입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원·피고와 나란히 앉는다. 법정경위와 방청객도 없고 개정되자마자 법정은 불이 꺼진채 어둠속에 빠진다. 변호사들은 서면대신 슬라이드를 통해 변론하며 판사와 함께 토론한다.」특허법원이 지난 4일 서울경제신문에 단독공개한 특허재판은 이렇게 일반 재판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재판이라기보다는 마치 기술세미나 같았다.
이날 소송사안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액정화면」을 둘러싼 특허권인정 여부. 제너럴 일렉트릭사(社)가 특허청을 상대로 낸 특허출원 거절사정취소 청구소송으로 특허법원 802호 준비절차실(법정)에서 1시간30분여동안 열렸다.
제네럴 일렉트릭측은 액정화면에 흠결이 있을 때 이를 보완해주는 기술을 특허출원했으나 특허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낸 것이다.
오후 3시. 특허법원 제1부 권택수 판사가 법정으로 들어섰다. 법복없이 양복차림 그대로인 權판사의 모습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재판에 참석한 사람은 판사와 재판을 도와줄 기술심리관과 재판부의 사무관·속기사 및 소송대리인등 고작 8명. 법정경위도 방청객도 없었다.
權판사는 참석자들을 동료들 대하듯 『다 모였지요, 그럼 시작할까요』라고 말하며 원·피고측에 개정을 알렸다.
법정경위가 판사가 법정에 들어설 때 방청객들에게 『일어서 주십시요』를 한다음 판사가 자리에 앉은 후 방청객을 향해 『앉아 주십시요』라고 말하는 일반 법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반법정은 법대위에 판사가 앉고 그 아래에 재판부 사무관·속기사가 자리하는데 반해 특허법정에는 법대 대신 회의실용 탁자가 사각형으로 놓여 있고 판사와 사무관, 심지어 원·피고도 감히(?) 같은 반열에 앉았다.
판사의 법개정 선언이 있자 불이 꺼졌고 법정안은 이내 어두컴컴해졌다. 피고측을 대리한 특허청 이헌수 사무관이 원고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 위해 슬라이드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복잡한 설계회로도면이 바뀔 때마다 특허등록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판사는 의문점이 생기길 때마다 질문을 던졌고 소송대리인은 재빠르게 설명을 했다.
權판사가 피고측의 보충설명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 듯 왼쪽에 나란히 앉아 있던 박충범 기술심리관에게 귓속말을 건냈다. 朴기술심리관은 전자전문가답게 판사의 의문점을 풀어줬다. 權판사는 기술심리관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듣고 완전히 이해를 한듯 브리핑을 계속하도록 요구했다.
피고측은 한동안 기술적인 주장을 편 뒤 『원고가 주장하는 컴퓨터 액정화면의 흠결을 보완해주는 신기술은 기존의 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고 말을 맺었다.
원고측의 반격이 이어졌다. 역시 피고측과 마찬가지로 슬라이드 등을 이용해 상세히 설명했다.
원고측을 대리한 공석환변호사와 김영길변리사는 『액정화면에서 화소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화면상의 결함을 새로운 방법으로 극복했다』며 『당연히 특허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끝나고 불이켜지자 權판사는 양측에 서로 논란을 빚었던 부분에 대한 보충자료를 요청했다. 양측에게 특별히 준비된 자료가 없자 權판사는 다음 준비절차일까지 쌍방간 주장에 대한 최종적인 반박의 내용을 담은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심리를 마쳤다.
1시간30분여간의 집중적인 심리를 마치고 나서는 원·피고 양측은 충분한 진술에 만족했다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재판을 마친 權판사는 『재판부가 정확한 판단을 위해 특허법원 판사들이 준비절차 과정에서 실물을 통한 실험 등을 직접 해보고 또 이에 따른 상세한 설명 등을 듣고 있다』며 『이같은 재판부의 노력이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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